“세계 곳곳에서 시장경제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마르크스경제학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

  지난달 서울대학교(이하·서울대)는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였던 김수행 교수의 후임 교수 채용 문제로 떠들썩했다.
  김수행 교수가 퇴임하면서 서울대에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가 한 명도 남아있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대 대학원생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마르크스경제학 전공교수 채용을 호소했다. 서울대 대학원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주류경제학만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경제학부에서 학문적 다양성은 점점 더 위축될 것이며, 이에 따라 학문의 창의적 발전은 크게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지난달 12일에는 민주화를 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비판사회학회 등에 속한 전국 교수 및 연구자 총 2백55명이 마르크스경제학 전공교수 채용 관련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늘날 대학은 진정한 학문적 발전보다는 ‘실용’에 얽매여 학문의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보수든 진보든 학문이 획일화되고 다양성이 사라진다면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제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며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초로써 나아가 한국사회의 발전의 토양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써 학문의 다양성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마르크스경제학 등의 비주류경제학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대학의 경우도 이채언 교수(경제·정치경제)만이 강단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채언 교수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후퇴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은행을 구제하는 것과, 미국과 영국이 최근 중앙은행이 불량주택채권을 구입해준다거나 노던락 은행을 국유화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미 신자유주의 원칙은 포기해버린 상태에 이르렀다”며 “학문이나 현실정치가 후진적인 한국에서만 아직도 신자유주의 논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 곳곳에서 시장경제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마르크스경제학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이유는 현실경제가 잘못 나아가고 실업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경제메커니즘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더 크게 의심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주류경제학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대안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2000년 6월 프랑스의 사회과학대학인 ‘에꼴 노르말 쉬페르외르(cole Normale Suprieure)’학생들은 ‘경제학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과 기타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제학 학생들의 공개서한’을 통해 대학에서 주로 가르치고 있는 주류경제학을 ‘자폐적 경제학(autistic econoics)’로 규정하고 대안으로 ‘후자폐적 경제학(post-Autistic Economics)’을 제안했다. 이에 해당 대학 교수들은 당해 7월 ‘경제학 교육을 논의하기 위한 성명서’를 통해 경제학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03년 3월에는 미국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과 학생들이 인간적이고 책임감 있는 경제학을 위한 학생모임인 ‘SHARE(Student for Humane and Responsible Economics)’을 결성하고 사명 선언문(Mission Statement)을 선언한 바 있다. 선언문은▲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과과정을 다양화 할 것▲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진을 다양화 할 것▲학생들에게 주류경제학 모형의 대안을 가르치고, 경제학의 사회적, 정치적 결과에 대한 인지를 고양 시킬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비주류경제학 운동에 대해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정인호 군(경제·3)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더 큰 발전을 위해 비판과 견제가 필요하다”며 “대학은 배움의 터전이기 때문에 학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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