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이면 제주에는 유채꽃이 만발하고, 흐드러진 벚꽃이 붉은 화산섬 제주 땅을 꽃 내음으로 진동시킨다. 그러나 제주도민의 가슴에는, 짙은 꽃향기보다 더 짙은 피 냄새가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 꽃 내음을 뒤덮는다. 제주 역사를 붉은 피로 물들인 ‘4·3제주민중항쟁’이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했다.
  60년 전, 한반도를 두 동강 낸 미군정의 강압정책과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한 제주도민들의 함성이 제주를 뒤흔들었다. 이것은 분단을 거부하고 민중자치를 실현하여 진정한 해방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주도민들의 ‘민족독립국가수립운동’이었다.
  그러나 미군정과 “태워 없애고, 굶겨 없애고, 죽여 없앤다”는 이승만 정권의 이른바 ‘삼진(三盡)정책’에 의해 제주도민들은 쓰러져 갔다. 1948년 당시 제주도민의 전체인구가 27만 명이었는데, 정부의 공식기록으로만 이의 1/9인 3만 명이 집단 학살됐다. 그 이후, 제주도는 한국 정부로부터 ‘빨갱이 섬’으로 낙인 찍혔다.
국가 권력에 의해 집단 학살된 4·3항쟁을 바라보며, 5·18민중항쟁을 생각하게 된다. 1948년 4월 제주도민들이 외쳤던 함성과,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이 외친 함성 모두 사회의 부조리를 반대하고, 민중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함성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반도는 아직도 분단되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월의 광주는 광주 사람들만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 5월의 아픔과 정신이 전 국민의 것이 되었다. 이것은 정부의 힘이 아닌, 5월의 광주를 알리고, 그 정신을 기리고자 노력한 민중들의 힘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4·3항쟁은 학살의 장본인인 미국과 정부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제 4월의 제주 또한 제주 사람들만의 것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리고 뜻 깊게도 4·3항쟁 60주년을 맞이하여,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강연회가 ‘천 구백 사십 팔년 사월, 그리고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4월 3일 용봉홀에서 열린다. 이번 강연회를 통해 4·3항쟁의 진실을 알고 제주도민들의 함성을 우리의 가슴에 담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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