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뽑아 주신다면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한 번도 놓치지 않고 학급 임원을 했었다. (참고로 그 때는 학기별로 임원을 따로 뽑는 데다 한 학기에 6명의 임원을 뽑았다) 그 때도 그렇게 영악한 아이들이 있었다. 먹을 것에 약한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줘가며 지지자(?)들을 모으기도 했다. 어른들이 행하는 불법선거운동에 비하면 새 발의 피겠지만.
  그 때는 칠판 위에 후보로 나선 아이들 이름 옆에 바를 정(正)자를 하나씩 써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교실 안에는 적막이 흐르고. 40명이 채 안 되는 아이들의 표를 세는 스릴감이란. 떨어진 아이들은 울기도 하고, 그저 웃기도 하고, 남모를 배신감에 삐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디 보자. 총장 선거를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 비교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반장보다 몇 백 배는 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될 한 대학의 총장을 뽑는 선거는 어떠해야 할까. 총장 선거 취재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투표장 분위기는 누가 당선될지, 누구에게 몇 표 정도가 돌아갈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고 한다. 후보를 먼저 보고 공약을 보았는지, 공약을 보고 후보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총장선거후보자선정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됐느냐에 따라 어떤 후보의 당선 여부가 갈릴 수도 있었을 터. 또한 1백32명이라는 총장선거후보자선정위원회의 인원수와 8명이라는 총장선거예비후보자들의 인원수를 보았을 때 4명의 당선자 중 최다 득표자가 20표만 얻어도 당선될 수 있는 확률이 있다. 물론 4명의 당선자 중 최소 득표자의 득표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20표가 1천명이 넘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을 대표할 수 있을까. 개표 결과를 공표하지 않은 것은 떨어진 후보들의 체면을 위해서라는데……. ‘체면’이 먼저일까 선거의   ‘공정함’이 먼저일까.
  ‘공정함’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직접적으로 불법 선거 운동을 하고 안하고에 공정함이 달린 것이 아니다. 어쩌면 처음으로 실시하게 된 이번 직·간선 제도의 근저에 공정함이 결여돼 있는 것은 아닐까. 총장선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선거 진행 중에도 계속해서 이러한 제도에 대해 의심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총장선거는 조그만 교실에서 진행되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와는 그 격이 다르다. ‘어른들다운’ 공정하고 성숙한 총장선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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