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보장된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의 권리는 보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리를 가진 사람이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때 그 권리는 사라진다는 말이다.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아무리 많은 돈의 채권자라도 그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10년 후 그 권리가 소멸된다. 어떤 것이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요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일주일에 수업 2개 듣는데, 등록금을 200만원이나 내야 해.”, “대학원생이 참여할 수 있는 교내 교육 프로그램이 별로 없어.” 최근에 만났던 대학원생 친구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대학원생은 학부생에 비해 참여할 수 있는 비정규 교육 프로그램이 제한돼 있다. 또 등록금에 비해 대학원생이 누릴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적기 때문에 나올 법한 불만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불만을 큰 소리로 말하지 않을까? 최근 총학생회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대 투쟁을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생들은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아무리 총학생회가 투쟁에 성공해 등록금 인상분을 환불받는다 하더라도 대학원생들에게까지 그 당연한 권리는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 대학 대학원에는 총학생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등 많은 대학교에는 대학원 학생회가 있어 대학원생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 한양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등록금 협상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기본이고, 대학원생이 해외 연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해외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논문 작성법이나 SPSS 특별 강좌 등을 개최하고 있다. 건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에서는 연구실, 휴게실 등 대학원생 전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피츠버그 대학교는 대학원 학생회에서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석하고, 학교 측과 함께 논문 콘테스트를 연다. 대학원생 저널을 따로 만들어 그들의 이해와 요구를 공론화한다.
  우리 대학 총학생회는 전국 대학 최초로 직선제를 통해 총학생회장을 뽑은 화려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대학원생 총학생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대학원생들이 너무 연구에만 매진한 까닭일까? 아니면 정말 ‘권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잊고 사는 것일까?
  연구 공간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고립되기 쉽다. 서로의 고민과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서로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공론의 장에서 우리의 권리를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하물며 내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당했다고 느낀다면 더더욱 큰 목소리로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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