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나 새 학기가 시작하면 나는 항상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에 바빴다. 그렇지만 항상 그 거창한 계획들을 다 이루지 못하고 나면 허무함과 자신에 대한 질책만 하였기에 이번 내 대학생활 두 번째로 맞는 겨울방학은 다르게 보내고 싶었다. 대학생에게 방학은 그저 노는 시간으로만 보내기에는 아까운 황금 같은 찬스의 시간이다. 나또한 이번 겨울방학을 영어 실력 향상과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한 기회의 시간으로 여기고 몇 가지 거창하진 않지만 특별한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로 나는 언어교육원에서 방학마다 시행하는 영어집중강좌에 등록했다. 영어집중강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각각 speaking, reading, writing 그리고 listening 각각으로 구성되어 원어민 강사에 의해 진행된다. 국제교류센터에서 지원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기본기를 탄탄히 쌓고 후에 가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 강의를 선택하였다. 아주 효과적이고 알찬 강의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 또한 강의를 들으면서 그렇게 느꼈지만 모든 일들이 그렇듯 자신의 노력 여부에 달린 것만은 틀림없다. 아무래도 방학기간이라는 것 때문인지 가끔은 아침에 일어나기도 버겁고 어떤 날은 하루 4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의 방학을 가장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강의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까지도 즐거운 마음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 무엇보다도 강의에 참여하는 하루 4시간만은 나도 해외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또한 겨울방학 동안 풍향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공부방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 봉사활동은 2학기 때부터 쭉 해오던 것이었는데 이번 방학동안 까지만 하게 되어서 섭섭한 마음이 못내 컸다. 특히 이번 방학 때는 유치원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어른들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얀 백지장 같은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개구쟁이처럼 떠들긴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즐겁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 공부방 아이들과 만나는 마지막 날 아이들과 즐거운 게임도 하고 아이들의 공연을 보고 있자니 나의 겨울 방학이 더욱 따뜻해졌다. 사실 나는 봉사활동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미래에 취직을 위해서 필요로 여기는 하나의 활동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된 이 봉사활동이 나에게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내 생각보다도 훨씬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도 학기 중에도 틈을 내어 해볼 참이다.
나는 E.S.U. 라는 영어회화동아리에 신입생이다. 이번 겨울방학은 E.S.U의 신입생으로서의 마지막이기도 해서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우리 동아리에서 신입생이라면 의무적으로 인준을 받아야 하고 겨울 방학 때 그 중 하나의 인준식이 시행된다. 영어연극과 허슬 ,중창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그 중에서 영어연극을 선택했고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마녀 역할을 맡았었다. 선배들의 도움으로 동기들과 함께 연습을 하는 것은 즐겁기도 하지만 사실 힘든 부분이 더 크다. 2주 동안 거의 하루 종일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힘들었던 연습시간들이 나로 하여금 특별한 의미가 되곤 한다. 물론 학술 동아리로써 영어학습에 충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힘든 일을 겪으면서 소중한 친구를 만든 다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방학은 성공적인 연극과 인준식을 통해 선배들에게 칭찬받고 동기간 우애도 한 층 두터워 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학습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격일로 모여 영어토론을 하고 또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하는 스터디 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영어토론을 위해서는 그 날의 주제에 대한 세심한 조사와 비판적인 의견을 영어로 발표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만 한다. 그리고 내가 참여 했던 CNN 독해 스터디를 통해서 세계적인 시사 문제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영어실력도 키울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항상 뉴스 채널에 머무르면서 관심을 가지는 나를 발견했고, 무엇이든지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진 것 같다. 뉴스에서 보도하는 내용, 신문기사에서 읽는 그 내용에서 나 자신만의 의견을 끌어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오후 1시까지 영어집중강좌 수업을 마치고 스터디를 또 4시까지 하고 저녁까지 동아리 토론 수업에 참여하다가 또 저녁에 봉사활동을 가자면 하루가 너무 바쁘고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히려 학기보다 바쁜 방학을 보내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나는 자신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가장 보람 된 겨울방학을 보냈다고 말이다. 비록 수치로 계산될 수 있는 높은 어학점수를 획득한 것도 아니고 해외에서 연수를 받은 것도 아니지만 동아리와 봉사활동 그리고 영어집중강좌를 통해서 앞으로의 영어공부를 위한 든든한 기초공사도 했고, 내가 알지 못했던 봉사활동의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방학은 나의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기회의 시간들이었다. 이제 2학년의 새로운 시작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다. 보통 새 학기를 시작할 때는 두려운 마음이 한 가득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 같다. 두려움 보다는 설렘이 가득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 마라토너의 자세를 갖춘 듯 하다. 이번 겨울방학이 나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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