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3월의 캠퍼스는 조금 들뜬 채로 시작된다. 대학생활에 서툰 새 식구들로 우리의 봄 캠퍼스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대강당 옆 얕은 언덕의 묵은 홍매화와 백매화가 이른 봄꽃을 흩뜨릴 때쯤이면 대학은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수백 년을 살아왔다는 이 매화나무들은 눈여겨주지 않으면 봄을 알려주지 않는다. 해마다 비슷한 때 그 자리에서, 다른 나무들보다 서둘러 꽃을 피웠다 지우지만 지나는 이들이 스스로 눈을 돌려 새기지 않으면 신비한 빛깔의 꽃들에 설레어볼 틈도 없이 봄은 지나가버린다.

  대학생활의 본질은 자율과 자유이다. 다른 사람들에 의하여 선택된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전해주는 방식대로 배워야 하는 초중등학교의 생활에 익숙한 새내기들이 대학의 자유와 자율에 적응하지 못하면 대학에서 얻어갈 것이 별로 없다. 교수마다 다른 강의내용과 방법, 학생마다 다른 수강과목들에 적응하며 스스로 선택한 생활을 해가는 곳이 대학이다. 3년쯤일 수도, 3년 반일수도, 7-8년일 수도 있다. 김춘수 시인의 유명한 시처럼 대강당 옆의 매화꽃이 아무리 예쁜들, 내가 스스로 예뻐할 때에만 매화는 ‘나’에게 예쁜 꽃이 되어준다. 다른 이들에게 예쁜 홍보라빛 매화를 예쁘게 여기지 않는 것도 내 자유이다. 매일 매일의, 순간순간의 생활을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나’의 대학생활은 없다. 새내기들 앞에는 수없이 많은 이름 없는 꽃들이 여러 이름을 붙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예쁜 이름들을 붙일 것인지는 새내기들의 자유이다.

  맞이하지도 못한 봄이 그냥 스러지도록 둘 수는 없다. 봄꽃들을 찾아 나서서 이름을 붙여보자. 새로운 생활에서 부딪치는 낯선 것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새겨보자. 새내기들이 대학을 나설 때쯤이면 그들이 지어 붙여준 온갖 이름들로 대학생활이 가득 차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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