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국에 온지 10년…… 열 번째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3월이 시작의 달이다. 일본의 경우는 3월이 헤어짐의 달이고 4월이 시작의 달이니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는 약한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았다. 다행히 3월이 시작의 시기로 느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막 새 학기가 시작할 즈음에는 캠퍼스 전체가 활기와 희망으로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런 모습을 감추어 버리는 것 같다. 2월이라면 정든 교정을 떠나는 시기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같은 헤어짐의 달인 일본의 3월은 좀 다르다. 헤어짐의 시기라 해도 일본 대학가에서는 불안해하면서도 희망찬 웃음 띤 졸업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학생활을 통해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기대감, 자신을 충분히 분석하고, 능력을 연마하여,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려는 졸업생들의 얼굴이 눈부시다.

  그런데 여기 캠퍼스를 보면 낮은 취업률로 인한 장래에 대한 불안감 탓인지 졸업생들의 얼굴이 그늘져 있다. 진로 결정이 안 된 상태라면 당연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후회 없는 대학생활을 보내 자기만의 성취감을 맛보았다면 얼굴에 희색이 가득해도 괜찮지 않을까?

  가금씩 학생들에게 ‘요새 학교생활 어떤가요?’라고 물어보곤 하는데 돌아오는 말은 ‘음……’, ‘상상했던 것과 다르다’, ‘재미없다’, ‘별다른 생각이 없다’ 등등 긍정적인 대답은 그리 많지가 않다.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닌가.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기 위해서는 역시 평소부터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어렵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다. 때문에 제일 먼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자기분석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현재 모습 즉, 장점, 단점을 포함한 자기이해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손익을 떠나서 뭔가에 열중할 수 있는 활동은 그리 많지 않다. 자원봉사활동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그 활동들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마음의 병? 갈증? 괴로움?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 이것들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 바로 봉사활동이다. 봉사비용을 자기가 부담하면서 활동에 참가하고 있으면 늘 ‘왜 그렇게까지 해서 참가하느냐?’, ‘목적은 무엇이냐?’, ‘무엇이 좋으냐?’ 등등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곤 한다. 부끄럽지만 대의명분과 같은 고상한 이유는 없다.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거나 뭔가 해줄 수 있다거나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 가서 거기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그들이 필요로 한 것에 최선을 다해 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는 마음의 소통이 반드시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르니 서로의 이해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이렇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기회를 주는 것이 봉사활동이며, ‘고맙다’는 말과 환한 미소란 선물을 받으면서 깨닫는 것이 많다.

  대학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떠나는 날을 환하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대학생활을 열심히 보낸 사람들일 것이다. 떠나는 날이 충실감과 환한 미소 그리고 기쁨의 눈물로 가득 찬다면 얼마나 좋을까? 뿐만 아니라 늘 그런 모습을 캠퍼스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다가오기를 바라면서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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