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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호] 자유 경쟁을 의심 한다
하재근  |  bohemian2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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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3.03  20: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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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 재 근 문화평론가,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자유화파탄 대학평준화로 뒤집기-』저자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자유화, 분권화다.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쟁에 모든 걸 일임한다는 시장주의적 사고방식이다. 교육정책에도 이런 사고방식이 관철된다.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경영하고 학생을 뽑으며 경쟁하라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지금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한국은 이런 사고방식의 지배를 받아왔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도 자유화 기조였다. 정책기조가 입시자유화였기 때문에 정부가 일류대들과 말싸움만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일류대들에게 끌려다녔던 것이다. 대학을 자유경쟁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국립대법인화와 교육개방을 추진했다.
  교육개방은 한미FTA를 그 매개로 한다. 이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 고스란히 계승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진행됐던 한 국립대법인화 공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부문 참모인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나와 노무현 정부의 국립대법인화 정책을 옹호했던 일도 있다.
  김영삼 정부 이래로 최근 15년간 한국사회에 벌어진 변화를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그건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사회 모든 부문에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났다. 경제 부문에서는 재벌이, 지역으로 보면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이, 노동자로 보면 대기업 노조가 독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교육부문에서 그것은 서울 지역 일류대의 학벌권력 극대화와 지방대 고사, 그리고 일반고등학교 삼류화와 특목고-자사고의 특권화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자유화, 분권화 기조를 더욱 강하게 계승하겠다고 한다. 결국 양극화 기조를 확대 강화하겠다는 말이 된다. 자유경쟁이란 말은 얼핏 들으면 참 달콤한 말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재벌과 자유 경쟁할 수 있을까? 빈민이 부자와 자유 경쟁할 수 있을까? 지방이 서울과 자유 경쟁할 수 있을까? 지방대와 서울지역 일류대가 자유 경쟁할 수 있을까? 약자에게 필요한 건 보호와 지원이지 자유가 아니다. 경쟁과 자유는 오직 강자에게만 유용한 가치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이 한국사회 기득권 세력만을 대변하고 있음을 출범 초부터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국가정책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면 지방대는 점점 더 고사하게 된다.
  지방대 출신자의 약 60% 이상이 학벌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서울지역 일류대의 권력이 강화될수록 이런 경향은 심화된다. 대학자유화, 대학입시자유화는 필연적으로 서울지역 일류대의 권력을 강화하게 된다. 모든 대학이 자유롭게 학생을 뽑으면 당연히 최우수 학생을 일류대들이 독점하게 되지 않겠는가. 그건 그 밖의 대학들이 점점 더 열등화 한다는 걸 의미한다.
  호남지역의 미래는 더욱 비관적이다. 정부최고위층에 선이 닿으려면 일류대 출신이면서 동시에 영남에 연고가 있어야 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모든 기업 인사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대학생들의 미래를 규정할 것이다. 대학생들이 할 일은 단 하나, 단호히 자유화 정책을 거부하는 것이다. 자유가 아닌 보호와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대를 고사시키는 원천적 요인인 대학서열체제를 혁파, 대학평준화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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