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내 20대 아니, 앞으로 내 인생을 위한 신나는 실험장이 되어주길 꿈꿨다. 그러나 막상 스무 살, 대학에 대한 나의 기억은 실험장으로 치기엔 너무 고요하고 심심했다. 꿈꾸는 것과 현실 사이에 언제나 얼마만큼의 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내 어린 기대는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실제의 대학생활과 대학생에 크게 실망해버렸다. 대학이라면 뭔가 바뀔 줄 알았는데 눈앞에 펼쳐지는 매 장면이 내가 수능 공부하면서 지칠 때쯤 열심히 짜놓은 환상적 대학생활 시나리오와 어긋나자 불만이 쌓여갔고 매일 꽁한 표정으로 툴툴댔다. 학교는 재미없었고, 고민은 깊어졌으며 내 방황은 고3때보다 더한 질풍노도를 겪게 했다. 그렇게 헤매다 보니 이후 나에겐 바닥을 차고 일어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이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상상의 나래나 펼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 무겁게 고민하고 방황한 암울하던 시간이 뭔가 하라는 좋은 자극이 되어준 건지도 모르겠다.

  동아리활동을 시작했다. 멋진 친구들이 생기고 재밌는 일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2005년, 5개월간 해외자원봉사(KOPION 12기)라는 허울 좋은 간판을 달고 갔던 네팔에서 나는 뜻밖에 세상과 사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얻었다. 좋아하던 책 <오래된 미래>의 북인도 라다크에 가서 저자를 만나고 팜스테이를 했던 경험은 새로운 고민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시민사회단체에서의 자원 활동을 하면서 던졌던 많은 질문들은 내 생각의 깊이와 세상에 대한 스펙트럼을 풍부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라는 내 모습에 자만할 때쯤 2006년부터 2007년 말레이시아에서 경험한 인권단체에서의 인턴활동은 우리가 처한 현실사회를 조금 더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줬고, 실현 가능한 꿈과 희망, 대안을 그리는 길을 보여줬다.

▲ 네팔 봉사활동 중 현지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는 이슬기 씨

  처음엔 항상 두려웠다. 선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눈 딱 감고 도박하는 심정으로 나를 믿고 시도했던 몇 가지 실험 그 자체가 결과를 떠나 뜻밖에 내가 성장하는 큰 힘을 주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조언보다도, 좋은 강의와 책 몇 권보다도 나를 믿고 용기를 내보았던 단 한 번의 경험을 시작으로 내가 꿈꾸던 멋진 대학생활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었다. 나는 대학을 6년이나 다녔는데 학점? 스펙? 취업준비? 주변 친구들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성에 안찬다. 하지만 목표보다, 꿈보다, 욕심보다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는 일… 가려고 하는 길에 집중하는 미련함과 언제 어디서나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충분히 무장하고 대학문을 나서 그나마 다행이다.

  멋진 대학생활을 꿈꾸는 많은 친구들! 나를 두고 실험할 만한 약간의 용기면 충분하니 도전을 두려워 말고 많이 울고, 많이 웃고, 고민하면서 꿈꾸는 그 길을 열심히 걸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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