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기름을 옷고름마냥 걸치고 있던 돌들. 한창 겨울 바다를 찾아 날아들 철새들 대신 기름과의 사투를 위해 모인 사람들. 기름 고인 웅덩이에서 힘겹게 걸음을 옮기던 작은 게들이 여전히 눈에 선명하다.
아직 해는 얼굴을 내밀지 않은 새벽 6시. 이제 막 수능을 끝낸 고3 학생들부터 40대 아주머니 아저씨들까지 태안 앞바다를 살리고자 하는 한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버스 한 대를 가득 채웠다. 4시간 후 도착한 태안 앞바다에는 이미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기름 유출로 고통 받아 굳게 입을 다문 태안 앞바다처럼 묵묵히 기름 묻은 돌을 닦고 있었다. 작은 생물조차 꿈틀거릴 수 없을 줄 알았던 그곳엔 다행히도 게들과 고둥들이 힘겹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기름 묻은 고무장갑으로 다가가는 게 너무나 미안하고, 오히려 살아 숨 쉬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왔다. 갈수록 허리는 저려오고 손발은 시려왔지만 태안 앞바다를 살리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니 여전히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따뜻해져 왔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태안 앞바다의 기름을 제거 하고 있을 이름 모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태안 앞바다가 예전처럼 우리에게 다시 푸른 바다로 돌아오는 데 백년 가까이 걸릴 거라고 한다. 여기에 우리 대학 학우들은 태안 앞바다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더 한다면 게와 고둥 들이 하루라도 더 빨리 푸른 바다에서 숨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던져 본다.
최은정 수습기자 bohemian2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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