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10일 광주시민들이 그토록 소망하던 광주도심 통과 경전선 일부(10.8㎞)의 외곽 이설이 이뤄지면서 약 5만평에 이르는 폐선부지가 생겼다. 광주의 발전과 함께 해왔던 이 철도가 철도변 주민들에게는 교통사고의 위험, 공해, 개인재산권 침해 등의 큰 고통을 주었고 철도건널목에서의 교통정체는 광주 교통체계 전반에 큰 어려움을 안겼다.
이 철도의 외곽 이설을 위해 약 840억원을 지불한 광주시는 올 4월 폐선부지를 ‘푸른길공원’으로 만들기로 도시계획 결정을 내리고 지금은 푸른길공원 조성방안에 대해 광주시민들의 지혜를 모으고 있다.
이 푸른길공원 조성의 기본틀은 오염된 철도부지의 생태계복원, 보행자 및 자전거전용도로 건설, 녹지 및 문화공간 조성, 그리고 계획에서부터 실제 조성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직접 참여다.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아래 수정계획이 확정되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조성 지침과 구체적인 참여 방법이 마련될 것이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관련 조례 제정도 함께 추진될 것이다. 뜻이 있는 개인, 기업, 사회단체, 문중, 가족 또는 동창생들끼리 일정 구간을 조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구성원들은 구체적 조성 방안을 서로 토론하면서 민주주의의 훈련은 물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 또는 20년이 지나면 이 폐선부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민이 직접 조성하고 가꾸는 도심 속의 푸른길이 될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광주의 자랑스러운 정신으로 가능했다.
첫째, 광주의 먼 장래를 자신의 이익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 경전선 철도변 주민들의 자기 희생정신 덕분이었다.
철도 때문에 수십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 폐선부지를 자신들의 단기적 재산가치를 올릴 수 있는 개발을 요구하지 않고 푸른길 조성 사업에 합의한 것이다.
둘째, 초기 ‘광주 폐선부지 푸른길 가꾸기 시민회의’는 철도변 주민들과 함께 폐선부지를 푸른길로 조성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했다.
그 후 대부분의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해 출범한 ‘광주 푸른길 가꾸기 시민운동본부’는 실제 조성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과 행정당국을 연계하고 그 갈등을 조정하며 토론문화를 한 단계 높였다. 이는 시민운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셋째, 광주시 당국은 시비 840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이 부지를 당장의 재정수입 확보를 위한 개발에 쓰지 않고 시민의 뜻을 수용해 푸른길공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또 공원 조성을 위해 다른 투자는 물론 기본계획의 수정과 조성에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자세를 견지해 열린 행정을 보여줬다.
광주의 폐선부지를 푸른길공원으로 만들게 된 것은 재정이 열악한 지방행정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가능했다.
시민들과 각 단체, 지역기업인, 그리고 광주시 행정이 함께 인간중심의 광주 발전을 지향한 쾌거다.

([동아일보] 200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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