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이란, 사우디 등 거쳐 인도네시아서 주재원으로

국적을 여러 개 가질 수 있다면 그에겐 지금쯤 국적이 7개쯤 될 거다. 리비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홍콩을 거쳐 지금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그러나 그는 결코 떠돌이 여행자는 아니다. 이제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해외에서의 생활이 더 친숙한 그는 해외에서 한국, ‘현대건설’의 이름으로 건설 공사 수주와 계약 업무를 하는 현 현대건설 인도네시아 지사장이다. 값진 땀방울로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와 한국기업의 이름을 새기는 해외 건설의 주역 중 한 명이 바로 우리 대학 출신 장정모 동문이다.

무색무취의 대학생, 장정모

그는 “나는 대학생 때 그냥 평범한, 무색무취의 학생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의 평범한 대학 시절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하거나 놀지는 않았지만 영어에 흥미를 붙이고 영어 동아리 E.S.U.에서 활동했다. 1학년 때부터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 둔 것이 나중에 현대 건설 해외영업부로의 지원을 가능케 했다. 토익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회화나 영작문이 가능하도록 꾸준히 연습했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지금 “대학 시절 때 전공인 경제학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이 후회 된다”고 말한다. 경제학과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는 장 동문이지만 “‘국제 금융’이나 ‘무역학’과 같은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하는 후회를 한다”며 대학생 때 자기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조언한다. 굴곡도 없고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그는 “20년 전 대학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기타도 치고, 색소폰도 불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싶다”며 여기저기에 흥미를 가진 대학생 장정모를 그려본다.

‘YES’ or ‘NO’?

현지 직원들과 함께 한 장정모동문
그는 낯선 국가인 중동 지역의 여러 나라들을 다녀봤지만 인도네시아 문화에 적응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는 것은 금방 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빨리 빨리’ 문화와는 너무 다른 그들의 문화에 적응하기엔 힘들었다”고. 인도네시아인은 네덜란드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아 식민지 근성이 조금 남아있고 행동이 느리다고 한다. 그래서 장 동문은 무엇보다 일을 할 때 있어서 “‘Yes’와 ‘No’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아 처음에는 많이 답답하고 화도 났다”고 한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그들의 문화를 한국 문화에 맞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간 해외 생활에서 터득해 온 일종의 ‘문화 적응 노하우’같은 것을 발휘해 지금 그는 인도네시아적인 마인드를 마음 한켠에 갖추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느림의 문화에 동경을 느낀다. “우리나라 빌딩 회전문이 살인적인 속도로 돌아가는 것, 정말 무섭지 않느냐”며 “여유가 있는 이곳 문화가 가끔은 좋다”고 고백했다.
이쯤 되면 그의 오랜 해외 주재원 생활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갔을 때는 아랍어를 열심히 배워 영어 보다는 모국어를 사용함으로써 그들에게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끼게 하려 했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는 ‘현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세계화에 합류해야

흔히 ‘신이 내리는 직장’이라고 말하는 공무원, 교직, 공사… 그는 “그것도 좋지만 젊은이라면 비전과 야망을 갖고 세계화에 합류해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누구나 한 번 쯤 지도 밖으로의 여행을 꿈꾸지만 새장 안의 편안함에 안주하는 젊은이들이 그는 너무 안타깝다. 그는 징기스칸의 예를 들며 “징기스칸은 이미 12, 13세기에 몽골을 세계화 시켰다”며 안주하지 말고 자신만의 특기를 가지고 세계무대로 나올 것을 주문했다. 장 동문은 “우리 대학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학생들 보다 걸림돌이 더 있긴 하지만 모든 것은 능력에서 결정 된다”며 “자신감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또 “조직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관계’라며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고 관계 형성에 힘쓰라”고 덧붙였다.
“사계절이 없는 나라에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한국의 사계절과 쾌적하고 청송한 바람이 그립다”는 그는 아직 겨울바람에 연 날리는 날을 기다리는 소년 같다. 그 연에 록펠러처럼 자선단체에 돈도 기부하고, 가능하다면 자선단체에서 자선 활동을 해보고 싶은 소망을 날려 보내고 싶단다. 또 “와인 공부에 심취해 있는 요즘, 소박한 꿈인 ‘소믈리에’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문득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저녁에는 와인을 만들고, 낮에는 자선단체에서 활동 중인 그의 인생 2막이 궁금해진다.

김수지 기자 myversion02@hanmail.net

장정모 동문은…

1979년 우리 대학 경제학과 입학
1986년 우리 대학 경제학과 졸업
1987년 현대건설 입사
1994년 리비아로 첫 해외 파견
2004년 6월 인도네시아 지사장으로 파견
현 현대건설 인도네시아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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