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 재 일 기 ●

어학 수업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만큼 교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 그들에게 설문지를 한 장 한 장을 건넸다. 학과와 학년을 쓰는 란이 있었는데, 어떤 학생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학과도 아직 한국어로 제대로 쓸지 모르나보다. 소수였지만 어떤 학생은 ‘경제학부’를 ‘영제학부’라고 써놨고, 또 어떤 학생은 ‘산업 공학과’를 ‘창업 공학과’라고 써 놓았다. 이런 외국인 학생들에게 무엇을 더 바라는가? 여기서 우리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는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교수님은 한국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 교양 수업을 더 열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가 미국에 있는 대학에 유학을 가면 그 대학에 ‘기초 영어’와 같은 과목이 개설돼 있는 것 봤냐”고 반박했다. 그런데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 우리의 실정에 맞게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대학에서는 오라고 하지 않아도 가지만 우리 대학은 외국인 학생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 대학이 국립대라는 특성상 비교적 학비가 싸고 중국과 가깝다는 장점 등을 갖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지만 분반 개설 등을 통해 경북대나 부산대와 같은 타 국립대에 비해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한국어 실력이 월등한 학생들만 입학을 시킨다면 모를까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뽑아놓고 ‘나 몰라라’ 식이다. 설문지 번역을 도와준 중국인 친구는 중국어 과외도 하고 한국어 실력도 좋고 아주 열심히 사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내게 “등록금도 비싼데 언어교육원에서 수업 따로 들으면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나는 철없이 그 친구에게 “그래도 우리 대학은 국립대라 등록금이 싼 편”이라고 대꾸했다. 그 친구는 “나는 중국인 학생이라 그것도 힘에 겹다”고 고백했다. 우리가 아무리 싸다는 지역에 가도 미국에 가면 학비 부담이 큰 것과 마찬가지다. 항상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오히려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들에게 고마워 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돈만 있다면 전액 장학금 지급에 한국어 교양 수업도 그들의 요구에 맞춰 개설해 주겠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
김수지 기자 myversion02@hanmail.net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