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생활을 타향살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나도 여기 전남 여수에서 타지 생활을 하고 있다. 아니 이제, 타지 생활을 한 지도 언 3년이 넘어가고, 언제나 촌스러운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던 내가 익살스럽게 전라도 사투리로 대화를 한다. 이제는 바다 냄새를 산 냄새보다 더욱 익숙해 하고, 오동도를 놀이공원처럼 드나들기를 하면서 어쩌면 제 2의 고향이란 이름을 여수에 붙이고 있다.
처음 대학교를 입학할 때 주위 사람들이 집하고 너무 먼 곳으로 대학을 가지 않느냐고,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까지 가서 공부를 하냐고 말했지만, 난 여수라는 곳이 그리 멀지도, 낯설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상 버스를 타면 두 시간 남짓 걸리고, 승용차로 속도를 내고 달리면 두 시간도 안 걸리는 곳이 바로 이곳 여수이다.
이제 내가 여수에서 머무를 시간은 약 1년 정도 남았다. 매일 시간에 쫓겨서, 과제에 쫓겨서, 시험에 쫓겨서 항상 달리기 선수마냥 달리고, 숨쉬기를 되풀이 하던 시간들이 3년이란 세월들을 가득 메워버린 지금, 이제 더 이상 이곳 여수는 나에게 타지가 아닌 고향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추억들을 하나하나 새기며 정겨운 정을 나누었던 따뜻함의 장소가 내가 지금 지내고 있는 바로 이곳이니, 이제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지낼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특수교육학과인 나는 이제 임용고사를 준비해서, 약 1년이 지나면 졸업과 함께 이곳 여수를 떠나게 된다. 함께 입학했던 학과 동기들은 각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국곳곳으로 떠나게 되고, 특수교사로서 자리를 잡으면 아마 이 곳 여수를 향기로운 바다 냄새와 함께 떠올리지 않을까? 모든 피로와 걱정을 바다를 보며 풀었던 지난날의 대학생활들을 돌아보면 ‘나도 이제 여수 사람이 다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숙사에서 바라보는 가을밤의 전경은 오늘따라 유난히 깊어만 보인다. 내 캠퍼스의 소중한 기억들이 이제 일기장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3년 동안의 타향살이도 수많은 사진들과 가족들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로 가득 채우고 있다. 항상 딸이 타향살이를 한다며 걱정하시던 어머니, 나를 위해 문자메시지를 수도 없이 보내주셨던 어머니. 그럴 때 마다 나는 대답한다. ‘엄마! 나 타향살이 하는 것이 아니야. 여긴 내 고향이나 마찬가지인걸.’
나의 첫 번째 고향은 경상남도 진주, 나의 두 번째 고향은 전라남도 여수. 그 누가 아무리 고향은 한 곳이라 할지라도 내 인생에 있어 많은 소중함과 추억들을 선사해준 바로 이 곳이 나의 고향이다. 남은 시간동안 난 더욱더 많은 생각들과 사랑, 희망, 소망들을 이 곳에서 품을 것이다. 여기를 떠나는 마지막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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