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피해자 및 가족의 자살피해현황에 대한 토론회

지난달 31일 5·18기념문화관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피해자 및 가족의 자살피해현황에 대한 토론회.
우리에게 5·18은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맞선 민중의 거룩한 투쟁으로 민주화를 이룬 민주화운동으로 이제 역사에 화석으로 기록된 사건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5·18이 아직도 비극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민주화운동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이다. 지난 29일 월요일 5·18 기념문화관에서 이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먼저 생명인권운동본부 공동대표 조영범의 5·18 광주민중항생 자살 피해자에 대한 심리학적 부검보고서 발표로 시작됐다. 프리젠테이션은 5·18 민주화운동 피해 관련 자료현황과 5·18휴우증으로 지난 2004년 11월 광주서 음독자살한 이남종씨(가명. 사망당시 43세)의 심리학적 부검보고서 발표로 이루어졌다.
이씨는 5·18민중항쟁 기간 화물운전사로서 시민군에게 부식 등을 나르며 일을 돕다 같은 해 5월 27일 친구와 함께 집에 숨어있다 계엄군이 쏜 총에 친구는 숨지고 이씨는 곧바로 연행됐다. 그는 다른 구속자들과 함께 하루 20~120분 동안 무차별적인 폭력 등에 계속 시달렸고 죽음이라는 극한 공포를 6개월 간 경험했다.
그는 석방된 뒤 거동이 힘들 정도인데다 심각한 스트레스 장애를 보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5·18참가자라는 사회적 홀대와 후유증, 고문 악몽 등으로 인한 잦은 음주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태어난 딸(81년생)을 먹이기 위해 일하던 식료품점에서 쌀을 훔치기도 했고 피를 팔아 쌀을 사기도 했다. 가난과 홀대로 지친 이씨의 부인은 몇 년 뒤 집을 나갔고 딸은 외가에 맡겨져 가정은 해체됐다. 90년대 중반 이씨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로 인정돼 보상금을 받았고 다시 가정을 꾸렸으나 후유증 등에 시달리다 지난 2004년 11월 광주서 음독자살을 했다. 더욱이 이씨의 딸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유흥업소를 떠도는 생활을 하고 있고 아버지가 5·18피해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딸은 아버지의 고통을 모르는 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성장기 추억, 빈곤의 반복, 음지로 떨어진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로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피해현황 및 자살 피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진행된 바 없다는 점과 이남종씨의 순탄치 않았던 삶과 그의 딸에게까지 되풀이 되는 절대 빈곤의 악순환으로 5·18 피해의 진행이 2세대, 3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관한 대책 마련에 열띤 토론이 벌여졌다. 우선 5·18 구속부상자회 공동 사무총장 이동계씨는 “제1차 보상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 5·18희생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물질적 빈곤은 여전하다”며 “유공자 법률의 유명무실함을 지적하고 사회적, 지속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의 목적으로 싸워와 가난도 부끄럽지 않다”라는 말을 하여 좌중을 숙연케 했다.
두 번째로 우리 대학 최정기 교수(사회학·사회학)는 “조사가 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5·18희생자들이 치료를 위해 전북으로 가는 상황이 황당하며 광주에 5·18센터가 마련되어 5·18희생자의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 뒤를 이어서 광주대 신문방송광고학과 은우근 교수는 “5·18공수부대도 정신 이상으로 자살한 이들이 있다”며 “5·18희생자의 심리치료와 더불어 가해자의 심리적 부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홍경표씨는 “5·18당시 들리던 헬리콥터 소리를 잊는데 10년이 걸렸다”며 “물질적 보상에만 관심이 있고 정신적 보상에는 무관심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치료를 위한 전문적 센터 마련과 시민단체의 운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18 연구소 전임 연구원 윤영덕씨는 “연구 결과가 충격이였다”며 “우리 공동체가 스스로 반성하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례가 한국 사회 전체의 인권 상장의 밑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모두들 입을 모아 실제적 문제에 대한 대책 강구와 당사자, 2세대에 대한 착실한 조사가 필요하며 공동체적 노력 또한 게을리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는 비극을 끝내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서영 수습기자 saruby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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