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취재하며 찍은 사진들을 점검하며, 사진 속 낯익은 얼굴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지난 31일 대학본부 앞에서 있은 시간강사노조 기자회견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속에 비장함보다는 담담함이 묻어나는 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분명 예전에 들었던 교양수업의 선생님이었다. 그때 강의를 떠올리자면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내가 선택한 수업이었지만, 항상 수업시간을 불성실하게 보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한번 사진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교수노조원들과 총학생회 학생들의 울림이 함께하고 있었다. 나는 문득 ‘이 시위 속에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우리 대학에서 몇 번의 학기 동안 수업을 했을 것이고, 수십 명의 학생들을 가르쳤을 것이다. 그 많은 학생들 중,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함께 소리를 외쳐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자면 우리가 공부하는 대학에 교수와 학생사이에 진정한 유대감과 교감은 작동하고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밀려온다.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학점을 주고, 학점을 받는 단순히 이해관계로만 흘러간다면 인간미는 찾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 대학은 그야말로 ‘학점 은행’일 뿐이다. 이는 대학의 기본 역할인 학문 공동체 형성을 가로막고, 토론과 대화를 단절시켜 닫힌 대학 사회를 만들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학문을 하기 위한 공동의 목표로 모인 사람들이다. 이러한 목표는 혼자 힘으로는 이룰 수 없다.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위해서는 활발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강의실에는 학문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타올라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문에 관한 것이건, 인간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건 생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의실에서, 학생과 교수 사이에 무관심이 있을 수 있겠는가. 선생님의 목소리 보다 더 크게 피켓을 드는 학생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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