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라는 굵직한 화두까지 제치고 ‘로스쿨 정원’ 문제에 연일 여론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7일, 교육부총리는 2009년 시행될 ‘로스쿨’의 정원을 1천 5백 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조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각 대학 총장을 비롯한 법대 교수,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교육부에 강력한 ‘증원 요청’을 했다. 심지어 총 정원이 유지 될 경우 ‘인가 신청 거부’라는 강도 높은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논란이 일고 있는 ‘로스쿨 총 정원’ 발표와 맞물려 대두된 법조계와 대학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로스쿨’은 법률시장의 높은 문턱을 낮추기 위해 턱없이 적은 법조인 특히, 변호사들을 많이 배출해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누구나 쉽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에 그 도입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토록 선한 의도를 가진 ‘로스쿨’의 이면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법조계’와 ‘대학’ 생존문제가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다.
현재 변호사가 1명도 없는 무변촌(無辯村)은 전체 시·군·구의 52%나 됨에도 불구하고 법조계는 변호사들의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소외받고 힘없는 자들의 어려움을 돌아보기 보다는 억대의 연봉과 함께 멋들어지게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특권 계급이 늘어나는 것을 방관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부의 로스쿨 정원 발표는 국민의 입장은 대변하지 못한 채, 이런 법조계의 입장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의 기득권 유지도 문제지만 각 대학이 무모한 로스쿨 유치과정에 보여준 모습은 참담하다. 특히, 대학교수 빼오기 문제는 이기주의의 표상을 나타냈다. 상위권 대학들이 수도권 사립대의 법대 교수를 스카우트하고 수도권 대학은 다시 지방대의 교수를 빼내가는 특이한 먹이사슬 형태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10명의 교수가 한꺼번에 빠져나간 지방 대학은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이다. 여기에다가 현재 로스쿨은 준비하고 있는 47개 대학들의 시설투자비만 2천억원이 들어갔고 앞으로도 이 이상의 금액이 더 들어 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총 정원이 1천5백명일 경우 적어도 3분의 2이상의 대학이 탈락해야만하고 유치 실패 대학에게 몰려올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다. 수십~수백억에 달하는 투자비 회수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아예 법대가 유명무실해 질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로스쿨 없는 대학=삼류대학’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고 대학의 서열화는 더욱 고착화 될 것이다.
파슨스(T. Parsons)는 교육을 통해서 사회계층 이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어떻게 해서든지 잘 교육받아 상류 특권층으로 진출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서의 구조적 모순이 바로 ‘로스쿨’을 통해 투영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로스쿨’은 법조계와 정부, 대학의 이권이 맞물려 만들어진 흙탕물이 아니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사회 경험,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법조계에 진출하여 힘없고 돈 없이도 누구나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법 이외에는 아무것도 기댈 곳이 없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을 함께 고민해주는 바로 그런 ‘로스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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