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취업에 무작정 달려가는 학생에게 ‘너 잘 가고 있니’ ‘가는 길이 옳은 길이 맞니’라고 끊임없이 묻게 만든다.
나는 그런 인문학의 힘이 ‘전남대학교’ 안에서는 어떻게 발휘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표면적으로 우리 대학은 아주 잘 달리고 있는 듯 하다. 세계 100대학을 향해 도약하고 있고, 교수들은 우수한 논문을 발표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학생들은 의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우리 제대로 달리고 있는가’에 대해 물어보아야 한다.
교수 폭력사건, 성추행·성희롱 사건으로 지역적 망신을 당한 학교가 이제 논문 중복게재로 전국적 망신을 당했다. 논문중복게재와 관련된 문제는 논문중복게재에 대한 도덕성과 시스템의 부재, 교수채용의 비리, 교수 간 파벌 등 복잡한 것들이 얽혀 있다. 더군다나 문제는 교수들 사이의 감정싸움과 흠집 내기, 자신의 도덕적 결함을 봉쇄하는 것과 함께 흘러가고 있다. 대학본부는 ‘내가 할일은 다하고 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대학이 깊은 한 구석에서 문제를 안고 있는데 우리 또한 ‘너 잘 가고 있니’라고 묻지 못한다. 문제를 진단하려면 잘못을 당당하게 인정하고, 논란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담론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부족하다. 전남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은 잠시 감추어야 하며, 명예를 위해서는 잠시 침묵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말이 없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심심한 것처럼, 이렇게 침묵하고 있는 대학과 생활하는 것은 너무나 재미없다.
나는 전남대가 잠시 멈추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좋은 대학은 전국 최초, 지역 최초, 랭킹 몇 위 대학의 기준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좋은 대학은 진정한 학문 공동체 형성, 교수와 학생간의 신뢰구축, 열린 대화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주 기본적인 답인데, 기본을 지키기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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