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학 기획보고서나 사업계획서를 보면 반드시 나타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한 자유경쟁시대 또는 신자유주의 등의 용어와 함께 나타나는데 대학개혁, 대학혁신, 구조개혁, 교육중심대학, 연구중심대학 들이 그것입니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붙어오는 용어로는 특성화, 경쟁력 강화, 통합과 폐합, 대학수익사업, 취업률 향상, 수요자 중심 교육, 현장중심교육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추진하는 원동력은 거의 재정지원과 연계된 조치입니다. 즉 대학이 외적인 힘으로부터 구동되며 피동적인 변화를 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인센티브 또는 성과금을 보탬으로써 대학의 변화에서 시행과정과 결과까지 결국 외적인 힘으로 감시되고 평가되는 꼴입니다. 이 외적인 힘의 근원이 되는 조직체는 재정과 연계하여 재정지원사업의 수주경쟁까지 붙여놓았습니다. 그러므로 대학은 대학의 목표와 정책에 상관없이 온갖 종류의 재정지원사업에 뛰어 들어 그야말로 많은 특성화를 이루어 종합 특성화인지 일반화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이러한 구동력인 재정지원과 성과금, 인센티브가 대학과 구성원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수필과 같은 정서적인 가름정도로 다시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대학의 운영도 기업의 경영과 같은 형태로 보고 있으므로 기업경영에서 이익추구와 생산자의 생산성향상에 적용된 정책과 기법이 대학에서 적용되는 것이 당연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에서 학생상담은 교수에게 주어진 행정업무로서 상담 실적이 문서화되고 정기화되고 교수의 성과금 실적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이제 상담은 인간적인 관계가 아니라 업무적인 실적관계가 된 것입니다. 대학의 평가에서 보는 주된 생산품은 교수의 논문수이며, 대학마다 한자리 수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으면서도 서열을 매기는 취업률 퍼센트입니다. 이러한 추진력을 배가하도록 부가가치를 더한 것을 인센티브라고 합니다. 공식적인 표현으로는 인센티브이지만 인센티브를 무시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정책 발표 강연에서 구두로는 당근과 채찍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말은 당근을 좋아하고 채찍 맞기를 일상사로 하니 당근과 채찍은 아마 말을 길들이거나 격려하는 방법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는 당근을 먹지 않으니 개에게는 육포와 목끈이 될 것입니다. 훈련에 따르는 사자는 칭찬과 함께 먹이를 받지만 따르지 않은 사자는 매를 맞습니다. 사자는 그 본성을 죽이면 먹이를 얻고 그렇지 아니하면 매를 맞게 되어 있습니다. 동물훈련은 당근과 채찍이 제격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학이 본질과 본성을 잃은 듯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채찍을 피하고 당근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교육과정에 그 큰 영향을 끼쳤던 졸업자격 최소전공학점 인정제도는 공문으로도 전달되지 않았던 제도로서 당근과 불이익의 결과로 보입니다.
역사 속에는 인간의 본성을 지키기 위하여 투쟁한 기록이 많습니다. 우리는 의지적인 인간입니다. 어떠한 인센티브로도 우리를 현혹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채찍이라는 용어는 듣기만 하여도 스스로 비참하게 됩니다. 대학이 그리고 우리가 본성과 본질을 알고 유지하면 우리는 자유롭고 그 성과는 크게 나타날 것입니다. 부디 우리 자신을 신뢰하기를 바랍니다.
What is good for the most disadvantaged individual is good for every member of the community.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