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뉴스를 보면 온통 ‘가짜’ 혹은 ‘짝퉁’에 관한 글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가짜 휘발유, 가짜 난연재, 가짜 이력서, 가짜 학위, 가짜 성직자, 짝퉁 가수 등 이른바 가짜 파동에 대학교수는 물론 종교인, 연예인, 문화예술인 등 사회적 공인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인천 월미공원에 '소쇄원'을 비롯한 조선 시대의 짝퉁 정원들이 출현하고 정치권에도 ‘진품정당’과 ‘짝퉁정당’의 논쟁까지 나오게 되어 우리는 이미 ‘짝퉁 공화국’에 살고 있는 듯하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짝퉁 ‘욘사마’가 등장했고, 미국 패션계도 짝퉁 제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위조자의 나라》에는 반세기 전 미국의 위조품과 가짜 상품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탕 속에 석회와 밀가루는 물론 유독한 비소 성분까지 나오고 우유에 물과 석회를 섞기도 했다. 커피도 오분지 일만이 진짜였고 쇠고기에서 폐결핵 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가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이른바 ‘가짜’표 분유, 명주, 휴대폰전지, 칭따오맥주, 위안화, 의류와 DVD제품, GM대우의 마티즈에 이어 최근에는 애플 아이폰과 삼성의 보르도 TV의 짝퉁까지 등장했다. 오죽했으면 최근 중국을 방문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한 강연회에서 이례적으로 "중국의 독일차 모방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겠는가? 그러나 중국판 짝퉁의 백미는 역시 2006년 ‘중국판 황우석사건’으로 불리는 상하이교통대학 陳進 교수의 전자칩 위조사건이다. 천 교수는 2003년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반도체칩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정부로부터 연구비 1억1400만 위안(약 133억원)을 지원받는 등 국가급 석좌교수로 활동했지만, 이 전자칩은 모토롤라에서 빼내온 칩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중국 짝퉁의 역사는 이미 명청대에 시작되었다. 청 건륭시기 사고전서 편찬을 총괄했던 纪晓岚의 《阅微草堂笔记》에는 당시 북경에 만연했던 가짜 물건들에 관한 일화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진흙으로 만든 가짜 ‘명품 먹’과 가짜 ‘양초’ 이야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가짜 ‘오리구이’ 사건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사촌형 萬周가 어느 날 저녁 오리구이 한 마리를 사가지고 왔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고기는 하나도 없고 앙상한 오리 몸통뼈에다 진흙을 바르고 종이로 싼 다음 오리색깔로 물들이고 기름을 바른 완전한 가짜 오리였다. 중국판 짝퉁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아 청대 유명한 소설가 李汝珍이 《镜花缘》에서 소개한 군자국ㆍ여인국ㆍ소인국ㆍ기회주의국 등 여러 가지 기괴한 나라들 속에 다시하나 새로운 ‘짝퉁국’ 하나를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인간사회뿐만 아니라 자연에도 독버섯, 개복숭아, 개살구, 개옻과 같은 가짜들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다만 ‘자연의 짝퉁’들은 대부분 독성분을 띠고 진짜 보다 훨씬 화려하고 그럴듯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지만 때로는 약용으로 이용되는 ‘미덕’을 보이기도 한다. 가짜와 짝퉁은 시대와 국가, 사회와 자연을 초월해서 항상 진짜와 불가피하게 공존해 오고 있지만, 세상은 그래도 가짜 보다는 진짜가 많고 악인 보다는 선인이 더 많은 법이다. 문제는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독버섯 같은 자연의 가짜들에게 해를 입지 않듯이, 사람도 가짜와 짝퉁으로부터 진짜를 식별할 수 있는 지혜를 밝히고, 나아가 가짜 상품보다도 ‘가짜 인간’이 훨씬 더 위험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는 점이다. 누구든지 가짜를 지탄하기는 쉽지만 가짜를 가려내는 지혜를 배워나가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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