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영화 ‘디 워(D - War)’가 관객 수 800백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영화 흥행기록 6위에 거침없이 등극했고 조만간 1천만 관객까지 바라보고 있다. 언론 매체들은 연일 ‘디 워’ 관련 기사를 쏟아냈고 저명한 TV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디 워’를 두고 토론자와 시민논객 사이의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소수 평론가들과 ‘디 워’를 옹호하는 네티즌 사이에 논쟁이 증폭되어 인터넷은 그야말로 ‘D - War’이다.

단순히 ‘영화 한 편을 가지고 왜 이리 말이 많으냐?’ 할 수도 있지만 ‘디 워’에 관한 논쟁은 이제 영화 한 편이 가지는 문화적 현상을 훌쩍 뛰어넘어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이 만들어낸 ‘포퓰리즘’의 정치현상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이 논쟁의 중심에 있는 네티즌은 더 이상 사이버 세상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현실에서까지 그 위치를 견고히 하려고 한다. 그들은 이미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거대담론의 생산자이자 하나의 정치세력이 되었다.

공론장에서 ‘디 워’를 두고 공방하는 ‘네티즌’을 보면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디 워’를 수준 이하의 영화라고 평가한 평론가들에게 네티즌은 무수한 악플로 모든 평론가의 입을 봉해버렸다. 객관적인 잣대 없이 애국주의·민족주의에 편승해 소수 평론가를 마녀사냥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지식인의 소외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의 견해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도 문제지만 다수의 의견이 모두 진리인 양 믿고 따르는 것은 훨씬 더 큰 문제이다.

네티즌의 ‘디 워’에 대한 뜨거운 예찬은 국가에 대한 충성에 기댄 애국심 마케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비판 없이 애국심과 한 인간의 집념에 대한 찬사를 버무려 옹호하는 것은 감독이나 영화의 발전에 아무런 유익을 가져오지 못한다. 또한 사물의 가치를 올바르게 톺아보는 객관적 접근과 분석적 사유 보다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편승하게 되면 ‘하향 평준화’된 네티즌(대중)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 힘이 권력이 되는 사회에서 대중이 ‘하향 평준화’되어 있다는 것은 곧 사회의 도태를 의미하며 이는 경계되어야 한다.

 ‘디 워’를 두고 벌어진 논쟁을 바라보는 의식 있는 대학인이라면 적어도 수동적·감정주의에 빠져 사물의 본질을 흐려보아선 안된다. 평론가와 네티즌의 의견을 객관화시켜 바라보고 합리적인 사고의 얼개를 만들어 가야한다. 이를 위해 문·사·철(文·史·哲)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의식의 균형을 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며 폭넓은 독서와 사색,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향 평준화’된 네티즌의 지적 능력과 판단에 무조건 ‘한 표’를 선사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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