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역사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자치통감(資治通鑑)'이 국내 처음으로 완역돼 나온다. 총 30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국역본 '자치통감'(푸른역사 출판사) 가운데 1,2,3권과 일반인을 위한 별도의 개설서가 이달 말께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자치통감'의 '자치(資治)'는 '다스림을 위한 자료'라는 의미를 갖는다.'통감(通鑑)'은 연대별로 풀어 쓴 '통사(通史)'라는 뜻이다. 쉽게 풀면 '올바른 정치를 위한 역사적 참고서'로서 제왕학(帝王學)의 교재로 볼 수 있다.

이번 번역은 대만에 유학한 이래 평생 '자치통감'을 연구해 온 권중달(중앙대 사학과.62)교수가 맡았다. 권교수는 "2005년 중순까지 완역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송나라 때 역사가이자 정치가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 쓴 '자치통감'은 사마천(司馬遷. 기원전 145~기원전 86)이 쓴 '사기(史記)'와 함께 동아시아 역사서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책이다. 중국 전국시대(기원전 403년)부터 송나라 직전(기원후 959년)까지 1천3백62년간의 역사를 기록했다.

권교수는 "우리나라의 상고시대부터 고려시대 초기까지에 해당하는 시기"라면서 "중국 대륙과 끊임없이 연관을 맺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고대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학을 포함한 동양학 연구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치통감'이 이제와서야 완역되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일본에서는 20세기 전반에 이미 번역되었다.

권교수는 번역의 의미에 대해 "동아시아 역사를 원전(原典)을 통해 포괄적으로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필요한 부분만 색인(索引)을 찾아보며 논문을 쓰는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체 역사의 숲을 보면서 역사 연구의 가벼움을 극복하자"고 덧붙였다.

'자치통감'은 중국과 조선에서 과거시험 과목으로 선택되었을 정도로 널리 읽히던 책이다. 조선시대에는 '천자문''동몽선습''논어''맹자' 등을 읽은 다음에 '자치통감'을 읽어야 하는 것으로 알아왔다.

이 책의 중요성을 인식한 세종대왕은 백성들에게 이 책을 쉽게 읽히게 하고자 당시의 저명한 학자들을 동원해 '자치통감훈의(訓義)'라는 해설서를 펴낸 바 있다. 조선시대 성종대에 만들어진 역사서인 '동국통감'도 '자치통감'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책으로 보기도 한다.

권교수는 "'자치통감'에는 영웅호걸과 각종 싸움에서 승패가 갈리게 하는 기발한 전술가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면서 "오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돼 온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치통감'은 역사 서술 양식에서 '사기'와 대표적으로 구분된다.'사기'는 흔히 기전체(紀傳體)로 불리며 황제와 영웅의 일대기를 인물중심으로 기록했다. 반면 '자치통감'은 사건의 흐름을 연도별로 서술하는 편년체(編年體)양식을 집대성했다.

이번에 펴낼 번역본은 한나라 성립기에 유방과 항우가 벌이는 대결부터 다룬다. 한나라 이전인 전국시대 부분의 번역은 권교수가 2000년 9월에 '세화출판사'에서 펴낸 바 있다.

하지만 편집 과정의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출간되지 못하고 중단됐다가 출판사를 '푸른역사'로 옮겨 2년간의 편집 작업을 거친 끝에 완역본을 내게 되었다.

번역을 한 권중달 교수는 1979년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자치통감이 중국과 한국의 학술에 끼친 영향'이란 박사논문을 쓴 이래 줄곧 '자치통감'의 연구와 번역에 몰두해 왔다.

배영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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