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 파문이 ‘학벌숭배’라는 신을 모시고 사는 많은 숭배자들을 비웃듯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명문대학’ 입학은 계급재생산의 중요한 수단임이 백일하에 알려져 있고 그러하기에 너도 나도 고액과외에 등허리 휘도록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명문대학’에 입성하기 위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고통을 강요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학력위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도덕성 때문이다. 아무리 학벌숭배 사회가 학력위조를 조장했다는 사회적 책임론을 제기한다고 해도 누구나 학력을 위조하지는 않는다. ‘학력’은 우리사회가 신으로 받들어 보시는 숭배자 이기 때문에 ‘학력위조’를 행하는 사람들은 그 숭배자를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의 목적을 보다 확고히 성취하기 위해 도구로서 활용한다. 따라서 ‘학력숭배’라는 신이 필요하다고 해서 모두가 학력을 위조하여 개인의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욕망을 실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인의 도덕적 책임성과 사회적 책임을 별개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개인의 도덕적 헤이를 부추기는 사회적 책임은 왜 묻지 않는 것일까? 이들이 학력위조를 할 동안 학력 검증시스템 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회, 학력위조 사실을 버젓이 알고도 침묵한 대학, 위조를 해서라도 ‘명문대학’ 출신이라고 말하면 ‘우상’처럼 떠받들어 주었던 사회. 어쩌면 학력위조는 이들 모두의 공범에 의해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학 내부에서는 학력이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가? 대학도 학력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듯 하다. 요즘 편입학은 학력업그레이드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편입학이 허용된 것은 학생들의 전공에 맞도록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특수한 분야에 재능있는 학생들을 영입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최근 편입학의 추세를 보면 학력업그레이드용으로 활용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편입학은 대학의 새로운 학생충원 수단이 되고 있다. 이는 역시 ‘돈’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편입학의 진정한 의미가 상실된 시점에서 대학 역시 ‘출신학교’ 팔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학력숭배’라는 신을 없애기 위해 이제 우리사회는 총체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대학을 가는지? 대학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학력이 무엇을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지?

이 와중에도 어김없이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는 ‘학력’이라는 신을 향한 대학입학 수시모집이 시작되었고 수능시험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때보다 입시 논쟁이 뜨거웠던 2008년 ‘마동이(고3들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들의 발등에 불은 떨어졌다. 대학이 진정한 학력이란 내용적인 힘이어야 한다. 외적으로 표현되는 졸업장 못지 않게 학력의 내실화가 더욱 절실한 상황에서 ‘우상’으로 거래되는 학력을 버려야만 진정 대학의 발전이 보장될 것이다. 대학이여 ‘우상’으로서 거래되는 ‘학력’이라는 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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