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은 세상을 보는 거울이다.

세계의 다양한 음악 속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사람들의 아픔, 시대정신이 함께 한다. 푹푹 익힌 ‘장’처럼 민족 저변의 정서가 깔린 각 나라의 민요, 젊은이들의 저항이 담긴 노래와 사운드는 시대를 관통한다.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와, 그 시대인의 목소리가 없는 고전은 없다’는 손석춘 선생의 말처럼 문학 또한 시대와 역사의 소통구이다.

하지만 이런 예술품보다 더욱 매혹적인 소통구는 여행이다. 여행은 거울이 비춘 세상 너머를 볼 수 있게 한다. 여행은 일상의 변주다. 그래서 선배들은 대학생 때 많이 해보아야 할 것 중 하나를 여행이라고 말한다. 이 여행은 단순 오락적 즐거움을 취하는 것이 아닌, 예술 작품 속에서 느꼈던 세상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다. 주변 학생들에게서 자신이 본 세계와 사람들, 사회의 모순에 대한 현장감 넘치는 여행담을 듣다보면, 생동감이 넘친다. 필자 또한 10일 동안 다녀온 연변에서 새로운 세상과 조우한 듯 하다.

연변대학의 도서관에는 이 곳이 중립국임을 연상시키듯 김일성의 저서와 한국에서 출판한 저서들이 함께 나열되어 있다. 그 중 ‘주체사상은 인간을 위한 철학’이란 문구는 여행 내내 필자를 따라 다녔다. 교과서에서 본 ‘기업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값싼 노동력이 있는 중국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명제는, 대형 냉장고를 가냘픈 등에 지고 가는 노인과 마주하자 무너져 버렸다. 백두산 높은 자락에서 즐거운 여행객을 뒤로하고 보수 공사를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또 어찌한가. 흔히 지나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가족이 있다. 어머니를 한국에 둔 연변소녀 같이 연변 내 사회 문제로 확장 된 현대판 이산가족을 보는 것은 분명 거울 밖 세계였다. 올 여름 많은 학생들이 연변에서 필자가 느낀 세상처럼, 거울 밖 세상들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개강이 시작되었다. 이는 잊혀지는 연변의 기억처럼, 무서울 만큼 우리를 망각의 늪으로 빠뜨리는 일상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저런 세상도 있었구나’가 무심하게 반복되는 수업을 듣고, 주변에는 늘 함께하는 사람들만 있을 것이고, 자신만을 돌보기도 바빠질 것이다.

일상의 망각의 주술에서 헤어 나올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매일 일상을 변주하여 세상과의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야 한다. 보이지 않은 너머와 사람들을 조우해야 한다. 일상에 숨 막히는 삶이 아닌 살아있음을 느낄 것 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