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쁘던 학기가 어느덧 끝나가고 있다. 학기 중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맘이 급하고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진다. 그래서 좋은 날씨를 느끼는 것도 다음 기회로, 전공서적이 아닌 책을 읽는 것도 다음으로, 천만관객이 본다는 영화도 다음으로 뭐든 지금 당장이 아니라 다음으로 미뤘다. 그 다음은 그 언제가 될런지. 학기의 끝자락에 서서 돌아보니, 마음만 바빴나 보다. 잠시 고개 돌려, 뒤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그렇듯 바쁘게 서두른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생존경쟁의 시대에 성공이라는 단어가 주는 긴박감과 긴장 속에서, 내 인생에 소중한 것들은 내 주위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했다. 늘 비어있는 나를 채워줄 수 있는 뭔가를 찾아서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았다. 하지만 이 세상 그 무엇도 내 안의 빈터를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인간은 영영 뭔가가 비어져 있는 채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여유있게 순간순간 나의 삶을 음미하면서 사는 것도 삶의 귀한 태도는 아닐까. 현대의 우리는 쫓기듯 사는 것에 익숙해져서 느린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종 기기,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에 따라가려면 하루24시간이 부족하다. 물론 바쁘고 빠르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의 저력이자 역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끔씩은 벗어나 보자. 앞만 보고 가다보면 귀하고 소중한 것들과 행복한 순간들을 놓칠 수 있다. 링컨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행복이 성공보다 더 얻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던 어느 날, 갑자기 오랜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 생각만으로도 맘이 편안해지며 따뜻해졌다. 나와 긴 시간을 같이 해 너무 익숙한 것들! 이젠 삶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삶 속에 들어있다. 다른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잠에서 깨어나 밥 먹고, 일하고 사랑하는 그 삶 속에 있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바쁘다. 그래도 여유있는 마음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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