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언어차별의 시대이다. 언어를 잘 알고 이를 잘 구사하는 자는 그렇지 못한 자보다 직·간접적인 수많은 이익을 얻는다. 특히 영어는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개인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더욱이 세계화의 대세 앞에서, 언어침략행위를 자행하는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들’을 미워만 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영어를 주요 언어로 하는 국가 수, 학습자 수 혹은 온라인 콘텐츠 비율 등을 양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세계는 점점 영어공용화의 추세가 강화될 것이므로 영어 학습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겠다.

곧 방학이 되면 수많은 대학생들이 경제적, 혹은 시간적인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학원이나 외국 연수 등 다양한 영어 학습의 기회를 찾아 다니게 될 것이다. 적어도 중고교 시절을 이 땅에서 보낸 한국인이라면 영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필자 역시 전공자 혹은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단순한 선험자로서 잠시 같은 고민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우리의 영어 학습은 머리로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어 습득의 어려운 점은 잘 알다시피 우리말과 어순이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인과 함께 영화를 보다 보면 웃는 속도가 다름을 느낄 때가 많다. 한국인들은 영어로 말해야 하는 경우에도 한국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다시 생각하는 형식을 취할 때가 많고, 이러한 태도가 영어 말하기를 더디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영어는 행동이나 감정을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이유나 상황을 말하는 형식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말처럼 문맥을 먼저 짐작하기가 어려워 전체를 이해하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뒷 얘기를 할 시간을 조금 벌 수가 있다. 그러므로 능력에 벅찬데도 한번에 길고 멋진 문장을 말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사실 우리 언어 생활의 97%는 일상 언어가 차지하고 있다. 형이상학적이거나 이념적인 단어는 반복적, 일상적 생활 속에서 차지하는 양이 극히 적다. 이는 천하없는 논객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인의 경우도 500단어만 알고 있으면 일상 생활을 살아가는데 불편이 없다 할 정도이다. 심지어 ‘미국의 소리’ 방송은 1500단어만을 사용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는 지나친 고전적 단어 공포증에 걸려있기도 하다. 단어 학습도 쉬운 단어부터 착실히 배우다 보면 어느 수준에서 의미 이해와 추론의 수준인 소위 ‘감’을 얻을 수 있다. 오히려 실제 말하기에서는 의외로 쉬운 단어들이 생각이 안 나서 버벅거리는 경우가 많다. 쉬우면서 일상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단어를 한번쯤 정리하면서 되새기는 것도 좋다.

영어를 잘하는데 걸리는 학습의 시간을 어떤 전문가는 1만1680시간이라 하였다. 이 시간은 4년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8시간 동안 영어를 듣고 말했을 때 채울 수 있는 양이라 하니, 가히 부지런한 자가 아니면 영어 학습은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TOEIC의 경우에도 산술적이긴 하지만 200점짜리가 900점을 받기 위해서는 1750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도 한다.

이처럼 양적인 투자가 절대적이라면 일상생활의 대부분의 시간을 오감을 자극하는 영어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지루하지 않은 영어 통속소설 읽기, 친구에게 영어 문자메시지 보내기, 서브타이틀 없이 반복하여 영화 보기, 영어 일기쓰기 등은 실행하기 어렵긴 하지만 팁처럼 챙길 수 있는 영어 학습의 기회이리라.
특히 최근에 한국학생들이 외국연수 생활 중에 소중한 고비용의 학습 시간들을 낭비하는 모습을 본 바 있어, 영어연수를 계획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다짐과 의지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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