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학력은 취업의 아주 중요한 요건이다.

  
‘대학을 나와야 번듯한 직장을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 3때까지 귀에 익도록 들은 말이며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였다. 이는 20세기까지만 통했을 터. 20세기 학번들은 그 당시는 취업걱정이 없었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대학학위는 ‘가정의 의무교육’ 정도가 되었다. ‘특정영역의 전문가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제는 대학원까지 바라보아야 할 시대다.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 걱정 없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발상의 종착역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대학원도 부족해 미국명문대학원을 진학해야 하는 시대이다. 이유인즉, 기업은 ‘글로벌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명문대학원에 다닌다. 고로 나는 글로벌인재이다’ 기업은 이러한 생각으로 국내에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을 뒤로하고 미국 명문대학원에 원정을 떠나 달콤한 미끼까지 던져가며 글로벌 인재를 뽑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 지방 국립대인 강릉대 전자공학부가 깨우친 방법은 학생들을 미국명문대학원에 진학 시키는 것이었고, 정말 많은 학생들이 미국명문대학원에 두루 입학해 화제가 됐다. 더 이상 한국에서는 지방 국립대, 대학원을 나와도 대기업에 취업하기 어렵다는 뼈저린 판단에서였을 터이다.
 

어떤 학생들은 명문대학원에 입학할 실력을 갖추고서도 돈이 없어 유학을 포기하거나 유학 자금을 마련해 뒤늦게 간다고 한다.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서도 학생들이 선뜻 대기업에 서류를 내밀지 못하거나 끝까지 유학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다.
 

더 넓은 세계로 나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러 떠나는 것을 무조건 비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학벌 서열을 매기고 있는 기업들에게 종속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국내에서 소위 일류 대학에 속하지 않는 강릉대 전자공학부가 이뤄낸 미국명문대학원 진학은 노력으로 이뤄낸 값진 휴먼드라마이지만 휴먼드라마라고만은 할 수 없는 우울한 시대물인 것 같아 가슴 한편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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