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타결은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양국합의안’에 불과합니다. 협상권한은 정부에 있지만 비준동의권한은 국회에 있고, 비준동의를 거쳐야만 실효성을 갖는 협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협상타결과 국회비준의 간극에 서있는 지금은 협상안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논의과정입니다. 정부에서 뭐라고 광고하든 언론에서 시끄럽게 떠들든, 한미 양국 정부의 협상 타결은 FTA로 가는 첫 단추를 가까스로 꿴 데 불과합니다.
 

협상안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관련 산업의 득실은 어떻게 되는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시민단체에서 반대하는 내용은 각자 다른 관점, 환경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반된 주장이 소통되는 공간이 공정한가 혹은 룰은 공정한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현재 진행되는 논의과정을 살펴보면 지극히 FTA 반대론자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게임입니다. 먼저 협상에 대한 찬반목소리가 균형있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언론에서는 협상 진행과정을 전하는 뉴스와 함께 찬반보도를 편성했습니다. 협상진행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이미 ‘협상’자체를 기정사실화한다는 것이고, 이는 사실상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측과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협상소식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협상자체는 불가피한 것=협상자체는 찬성’이라는 논리를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심어준다는 점입니다. 이점에서 우리 언론은 이미 균형을 상실했고, 불공정한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심판이 부재했다는 점에서도 문제입니다. 정부에서 제작한 FTA홍보광고는 아무런 제재없이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반면 FTA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에서 만든 광고는 자료확인, 소비자오인표현 등의 문제로 무산되었습니다.
 

FTA에 대한 맹목적 반대 목소리는 당연히 배격해야 합니다. 그러나 FTA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협상이 타결되고 합의안이 마련된 이후의 논의과정은 결코 합리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FTA 세부 합의내용이 공표되기 전부터 ‘치적에 대한 자부심’으로 포장된 일방적 홍보가 등장하는 것은 결코 공정한 게임이 아닙니다. 협상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면 정정당당하게 여론에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논의과정을 통해 국회 비준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이라는 머니볼이 세간에서 베스트 셀러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끈다지만, 이는 극소수의 예외사항일 뿐입니다. FTA 협상 논의과정은 이창호 9단과 동네 바둑꾼이 맞바둑을 두는 불공정한 게임입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저항할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이 될 뿐입니다. 국민 여론을 상대로 한 게임은 공정해야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결코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