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를 보고 있자면 세상에 대해 너무 무지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니 아는 건 많은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정치인들과 경제인들 간의 끈끈한 뇌물관계와 각종 부정행위, 부도덕한 선거판, 기업들의 담합, 특정집단들의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행위들을 지켜보면서도 신문이나 매스컴에 관심이 많지 않은 대개의 사람들은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비리정치인이 다시 당선되고, 범죄를 저지른 경제인들이 사회에 그럴싸한 명목으로 돈을 환원하며 다시 복귀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들을 지켜보면서 2007년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저지른 조승희에 대한 문제에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할까봐 은근히 걱정이 된다. 이는 단순히 32명을 살해한 사회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총기문제, 인종갈등 거기에 사회의 양극화문제까지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의 문제가 결합되어 발생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먼저 추모의 마음도 가져야겠지만 그 이후에는 이러한 사건을 만든 원인에 대해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남의 일’처럼 여기고 행동한다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제2의 조승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자신도 언제든지 소수자의 입장으로서, 특정집단에서 차별을 받거나 피해의 대상자가 될 수 있으며, 사회적 약자로서 극단의 상황에 처했을 때를 생각한다면 이제 더 이상 사회문제는 특정 사람들이 해결해야할 몫이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하여 미국에서는 총기규제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취되면서 공론화 시키는데 까지 성공하였다. 이를 지켜보면서 이번 사건을 단순히 빨리 잊어버려야 할 아픈 과거가 아닌 해결해야 할 문제로 탈바꿈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다수 국민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서 하나의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와 수치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현상들이 증가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대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라 생각하고 해결해보려는 마음가짐을 이제는 가져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오윤식(지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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