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NAFTA와 EU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권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새로운 경제권에 KORUS(Korea-USA)라는 명칭을 붙이기 시작했다. KORUS는 향후 한국 사회를 위한 좋은 코러스(chorus)가 될 수 있을까?
 

인류 역사에 있어 국가가 탄생한 이후 제국주의 시대(20세기 초)까지 지도자의 업적은 국가 영토의 보존과 확장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 있어 지도자의 업적은 가시적인 경제 성장 지표로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라크전의 승리자인 부시(J. W. Bush) 현 미국 대통령은 결코 클린턴(B. Clinton)을 누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어떤 업적을 쌓아왔을까? 여기선 김영삼 정권부터 개괄해보도록 한다.
 

문민정부라 불리는 김영삼 정권은 OECD 가입을 강행하다가 준비 안 된 수입자유화로 국내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직면했고,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쌓였다. 김대중 정권은 부동산과 금융업 규제 완화를 해가며 IMF 관리 체제를 조기에 벗어났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와 외국자본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말기까지 이렇다 할 ‘업적’을 쌓지 못했다. 대통령 자신의 천부적인 정치 감각에서 비롯된 일련의 이슈 메이킹은 사서에 영광스레 기록될만한 성질의 것들은 아니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무현 정권은 한·미 FTA 타결을 마무리 지었다. 노무현에게는 이제 FTA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역대 정권들은 결과가 어찌됐건 간에 가시적인 업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FTA 타결에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볼 것이다. 감정적으로 협상 타결을 미국에 대한 경제적 예속이라고 정의내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선 건 이미 오래전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다수의 목소리가 FTA를 반대하고 있을까? 향후 최대 피해 분야로 예상되는 국내 농업 때문이다.

 

전술했듯이 과거 정권들의 ‘위대한’ 업적 달성을 위한 성급한 개방 정책으로 한국 사회는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고도 경제성장의 희생양이었던 농업은 언제나 한국 사회의 문제였지만, 진지한 지원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리고 거의 무방비상태로 개방은 시작되었다. 노무현 정권은 업적 달성보다는 농업에 대한 관심부터 가졌어야 했다.

김도형(사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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