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이뿌르~ 우다이뿌르~ 우다이뿌르~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에서 슬리퍼버스를 타고 온 도시 우다이뿌르. 새벽녘 슬리퍼버스 직원의 우렁찬 목소리 시작된 우다이뿌르. 강 하나를 중간에 끼고 있는 도시. 라지드는 그 강의 가트에서 만났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난 일행들과 떨어져 우다이뿌르를 가로지르는 강 가트에서 어슬렁거렸다. 근처에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녀석들이 보였다.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던 녀석이 라지드였다. 여느 인도 애들, 사람들과는 말리 말쑥하게 차려입은 옷차림새와 콧수염 없는 얼굴, 듬성듬성 염색된 머리. 누가 보아도 상류층 자제로 보이는 모습이다. 인기도 많을 것 같다.
 

▲ 바이크를 타고 있는 라지드의 모습인데, 구도를 생각않고 사진을 찍어 바이크를 타고 있는 사진이 아닌 어정쩡한 사진이 되어버렸다. 아쉽다!!
마땅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이 애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놀았다. 한 아이는 내가 코리안이라고 하자 나한테 한국 돈을 가지고 있냐고 한다. 백 원짜리 동전이 몇 개 있기래 한 개를 꺼내 보여주니, 인도 돈으로 얼마정도 하냐고 물어보고 지폐도 있냐고 묻는다. 지폐는 지금 없고 숙소에 있다고 하니, 같이 가서 보여주란다. 허허, 보통 속셈이 아닌 녀석임이 틀림없다. 계속 가자 보여주라고 하길래, 나는 인도 특유의 고개 흔드는 제스쳐를 취했다. 이 제스쳐, 애매모호한 행동이다. 계속 이 제스쳐를 취하니 그만 포기한다.
 

가트 한켠에서 그렇게 얘기를 하면서 놀다가, 좀 넓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 라지드가 삐까뻔쩍한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혼다였던가, 야마하던가 아무튼 일제 바이크였다.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제 멈출지 모르게 보이는 스쿠터 베스파가 아니라 125cc 이상 되어 보이는 바이크를 멋지게 타고 온다.
 

라지드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여들고, 나도 다가가서 라지드에게 바이크를 가리키며 이거 정말 네 것이냐고 물었다. 라지드는 자기 것이라고 하며, 태워줄까라고 묻는다. 주위에 아이들 또한 한번 타보라고 권유한다. 내가 좀 뜸을 드리자, 괜찮다고 옆에서 계속 재촉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라지드 뒤에 탔다. 부릉부릉~ 내가 타자 라지드는 꽉 잡으라고 하고, 옆에 애들은 웃으면서 환호성을 한다. 자~ 출발~
 

우다이뿌르는 좁은 골목과 언덕이 많아 경사가 고르지 못한 곳이 많다. 그런 곳들은 쌩쌩 달리니, 조금 무서웠다. 천천히 달리라고 해도, 라지드는 인도인들 누구나가 그렇듯이 No~ Problem~ 이란다. 아, 이놈의 인도인들.. 난 무섭다구! 인도인들의 “노프라블럼”은 어느 때나 들을 수 있어 웬만하면 익숙하지만 쌩쌩 신호등 무시 사람무시, 온갖 것들 다 무시하고 달리는 운전 중의 “노플라블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인도인들 운전을 잘하기는 한다. 탈 줄만 알면 모두가 다 베스트 드라이버. 실제로 아니더라도 자신들은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이 손 하나 정도면 부딪칠만한 거리를 두고도 잘도 달리는 인도인들이다. 뭐 어쩌겠는가, ‘설마 죽기에 하겠어! ’라고 생각하고 뒷좌석에서 빠르게 골목을 지나가는 스릴을 느꼈다.
 

한동안 요리조리 우다이뿌르 골목들을 누비며 다니다가 다시 가트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라지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가트에 사람들이 더 많아져 있었다. 라지드 또래 보다 큰 청년들도 많아지고, 저녁때쯤이 되자 좀 불량기가 다분한 청년들이 모이는 것 같았다. 어딜가나 그런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있는데, 인도에서는 가트나 골목 주변이 그런 곳 인듯 하다.
 

가트 한쪽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 낌새를 느끼자마자 성인 남자 둘이서 막 치고 박고 싸우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도 몰려들어 싸우는 걸 주시했다. 난 같이 있는 일행들도 없어서 그런 분위기를 즐길만한 여유는 없었다. 싸움은 조금 계속 되다 말리는 사람들에 의해 끝났다.
 

라지드와 함께 즐겁게 바이크를 타고 우다이뿌르를 달렸던 그 기분이, 조금 망쳐진 듯 했다.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었지만, 즐거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한 분위기로 바뀐 것이 탐탁지 않았다. 그렇게 바뀌어버린 분위기 때문에, 서로 머쓱해지고 라지드와 그 애들은 집에 가려는 것인지, 자리를 뜨려고 했고 나도 숙소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짤막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게 됐다.
 

라지드, 아쉬운 인연이다. 다시 만난다면, 그 땐 내가 먼저 네 바이크 뒤에 타겠다고 졸랐을 텐데. 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네 바이크 뒤에 타 우다이뿌르를 달렸던 그 즐거웠던 느낌만으로 충분하겠지. 아쉽기에, 여운이 남기에, 짧은 인연이었기에 더욱 기억이 남는 것이겠지.. 그리운 우다이뿌르. 우다이뿌르하면 네가 생각나는구나.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