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이뿌르~ 우다이뿌르~ 우다이뿌르~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에서 슬리퍼버스를 타고 온 도시 우다이뿌르. 새벽녘 슬리퍼버스 직원의 우렁찬 목소리 시작된 우다이뿌르. 강 하나를 중간에 끼고 있는 도시. 라지드는 그 강의 가트에서 만났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난 일행들과 떨어져 우다이뿌르를 가로지르는 강 가트에서 어슬렁거렸다. 근처에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녀석들이 보였다.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던 녀석이 라지드였다. 여느 인도 애들, 사람들과는 말리 말쑥하게 차려입은 옷차림새와 콧수염 없는 얼굴, 듬성듬성 염색된 머리. 누가 보아도 상류층 자제로 보이는 모습이다. 인기도 많을 것 같다.
가트 한켠에서 그렇게 얘기를 하면서 놀다가, 좀 넓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 라지드가 삐까뻔쩍한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혼다였던가, 야마하던가 아무튼 일제 바이크였다.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제 멈출지 모르게 보이는 스쿠터 베스파가 아니라 125cc 이상 되어 보이는 바이크를 멋지게 타고 온다.
라지드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여들고, 나도 다가가서 라지드에게 바이크를 가리키며 이거 정말 네 것이냐고 물었다. 라지드는 자기 것이라고 하며, 태워줄까라고 묻는다. 주위에 아이들 또한 한번 타보라고 권유한다. 내가 좀 뜸을 드리자, 괜찮다고 옆에서 계속 재촉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라지드 뒤에 탔다. 부릉부릉~ 내가 타자 라지드는 꽉 잡으라고 하고, 옆에 애들은 웃으면서 환호성을 한다. 자~ 출발~
우다이뿌르는 좁은 골목과 언덕이 많아 경사가 고르지 못한 곳이 많다. 그런 곳들은 쌩쌩 달리니, 조금 무서웠다. 천천히 달리라고 해도, 라지드는 인도인들 누구나가 그렇듯이 No~ Problem~ 이란다. 아, 이놈의 인도인들.. 난 무섭다구! 인도인들의 “노프라블럼”은 어느 때나 들을 수 있어 웬만하면 익숙하지만 쌩쌩 신호등 무시 사람무시, 온갖 것들 다 무시하고 달리는 운전 중의 “노플라블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인도인들 운전을 잘하기는 한다. 탈 줄만 알면 모두가 다 베스트 드라이버. 실제로 아니더라도 자신들은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이 손 하나 정도면 부딪칠만한 거리를 두고도 잘도 달리는 인도인들이다. 뭐 어쩌겠는가, ‘설마 죽기에 하겠어! ’라고 생각하고 뒷좌석에서 빠르게 골목을 지나가는 스릴을 느꼈다.
한동안 요리조리 우다이뿌르 골목들을 누비며 다니다가 다시 가트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라지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가트에 사람들이 더 많아져 있었다. 라지드 또래 보다 큰 청년들도 많아지고, 저녁때쯤이 되자 좀 불량기가 다분한 청년들이 모이는 것 같았다. 어딜가나 그런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있는데, 인도에서는 가트나 골목 주변이 그런 곳 인듯 하다.
가트 한쪽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 낌새를 느끼자마자 성인 남자 둘이서 막 치고 박고 싸우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도 몰려들어 싸우는 걸 주시했다. 난 같이 있는 일행들도 없어서 그런 분위기를 즐길만한 여유는 없었다. 싸움은 조금 계속 되다 말리는 사람들에 의해 끝났다.
라지드와 함께 즐겁게 바이크를 타고 우다이뿌르를 달렸던 그 기분이, 조금 망쳐진 듯 했다.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었지만, 즐거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한 분위기로 바뀐 것이 탐탁지 않았다. 그렇게 바뀌어버린 분위기 때문에, 서로 머쓱해지고 라지드와 그 애들은 집에 가려는 것인지, 자리를 뜨려고 했고 나도 숙소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짤막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게 됐다.
라지드, 아쉬운 인연이다. 다시 만난다면, 그 땐 내가 먼저 네 바이크 뒤에 타겠다고 졸랐을 텐데. 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네 바이크 뒤에 타 우다이뿌르를 달렸던 그 즐거웠던 느낌만으로 충분하겠지. 아쉽기에, 여운이 남기에, 짧은 인연이었기에 더욱 기억이 남는 것이겠지.. 그리운 우다이뿌르. 우다이뿌르하면 네가 생각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