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남대로 온 이후 나는 한 가지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학교신문을 통해서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과 문화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찾지 않게 된 대학신문... 2만명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젊음의 시간을 보내고 1천여명의 교수와 교직원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학... 이 지역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있는 대학에서 ‘전대신문’은 우리의 생각과 활동을 담아내고 새로운 담론과 문화를 형성해가는 신문으로서의 여론 형성의 기능이 감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비교적 대학신문의 애독자축에 속한다. 예전에 학생시절부터 대학신문은 내가 습관적으로 집어들었고, 시간강사로 이 대학 저 대학을 떠돌아 다닐 때에도 나는 내가 강의하는 대학의 문화와 학풍, 학생들의 관심사, 생각을 알기 위해서 가장 먼저 대학신문을 찾곤 했다.

대학신문에는 갖가지 기본 정보와 더불어, 학술동향, 그 대학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와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 등이 자세히 나와 있고, 이를 통해 그 대학이 어떤 학풍과 문화에 의해서 이끌어지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다른 학과나 전공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고, 학교에 누가 다녀가서 어떤 강연을 했는지, 특정 연구결과의 내용은 무엇인지, 학생들이 무엇을 불만스러워하고, 무엇을 즐기는지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것이다. 학술란과 사회비평, 문화 비평란 등이 가득 실린 대학신문은 부족한 나의 상식과 지식을 채워주는 훌륭한 수단이기도 했다. 처음 전남대에 온 이후, 나는 이곳 지역과 전남대학, 그리고 전남대 학생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신문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내가 처음 만난 전대 신문은 내가 과거에 생각했고 서울의 몇몇 대학에서 경험했던 ‘큰 대학의 면모에 부합되게 오늘의 젊은 지성을 이끌어가는’ 그런 멋진 신문이 아니었다. 대학신문은 너무나 간단하게 아주 기본적인 정보 전달에 치중하고 있을 뿐, 대학신문에 실리는 학술논평은 기껏해야 한 편 정도이고, 그나마 대부분 교수들의 글로 채워지고 있었다. 내용 또한 이 지역을 소개하는 종류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장 창조력이 있고 실험정신이 높으며 연구의욕이 높다고 할 수 있는 석박사 과정생들의 수준높은 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학 학부생들의 활발한 학습활동과 문화, 대학내 활동들을 생생하게 알기에는 전대 신문은 너무나 소략하고 정형화되어 있었다.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 선배나 친구관계를 통해 얻는 지식과 정보들만으로는 한창 창조력과 생산력, 의욕이 높은 요즘 젊은이들의 지식욕과 문화욕구, 가능성들을 담아내기에는 지나치게 미흡한 것이라고나 할까?

특히 전대 신문은 내가 기대했던 대학내 담론 및 문화형성 기능을 하는 데에 장수나 내용면에서 지나치게 빈약해 보인다. 이를테면 전남대(광주)와 여수대가 통합할 때도 왜 두 대학이 통합하는지, 통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통합의 잇점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 대학내 구성원(대학본부의 입장과 교수의 입장, 학생들의 입장, 교직원)들이 학교신문에서 의견교환을 했다면, 통합에 대한 서로의 이해가 더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명한 외국 학자가 초청되어 강연을 했다면 그 내용의 핵심은 무엇인지, 직접 그 현장에 갈 수 없었던 사람들도 신문지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유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누군가 책을 냈다면 그 책의 핵심내용과 메시지는 무엇인지 등도 알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어떤 새로운 문화적 흐름이 유행한다면, 그것이 어떠한 종류의 현상이고, 왜 유행하는지에 대한 깊이있고 자세한 분석과 논평이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새로운 사실이나 쟁점, 문화적 흐름에 대한 지식을 쌓고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고, 현재 중요하게 대두되는 사회문제나 쟁점들에 대한 좀더 지적인 지식을 쌓고 깊이있는 분석을 할 수 있다.

학교신문은 학교 구성원들의 지식 및 교양 증진과 대학문화 형성 및 발전, 지역사회 담론을 만들어가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수년간 젊은이들이 수준높은 이론과 분석, 논의가 있는 환경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대학을 졸업한 이후 그들이 갖게 되는 지식과 교양의 정도는 상당하리라 생각된다. 나아가 이것은 개인과 학교, 지역사회에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기자들이 학교공부에 바빠서 취재가 어렵다면 청탁으로 지면을 메우면 된다.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을 싣기가 어렵다면,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훌륭한 석박사 졸업생의 논문들을 간략하게 소개해도 되기 때문이다.

전남대 학생들의 활동이 미약하거나 침체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실제로 수업은 충실하며 학생활동은 활발하고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 캠퍼스는 활기가 넘쳐 흐른다. 다만 그런 활동과 모습들이 학과간 전공간에, 학생과 학생간에, 교수와 학생간에, 충분히 상호 소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큰 아쉬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수업현장 이외에, 대학신문을 통해서도 학생들의 패기있고 생기있는 생각들과 활동들을 만나고 싶다. 요즘 젊은 학생들의 창조력과 상상력, 연구욕에 자극받음으로써, 전공학문의 울타리 속에서 그리고 세월 따라 많아져가는 나이 만큼이나 굳어져가는 나의 생각을 새롭게 하고 싶다. 다양한 지적 자극과 문화담론들의 축적 속에서, 전남대학의 젊은이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장미경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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