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년 동안 격렬한 찬반 논란과 함께 한국 사회 전반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한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협상결과를 놓고 정부는 자화자찬에 바쁘고, 보수적 성향을 견지하는 일부 언론기관과 경제단체는 대통령과 협상단에 감격에 찬 찬사를 보내는 반면에, 협정이 발효되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농민과 노동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는 좌절과 분노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던 한미 양측 수석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협상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수’를 주고 싶다거나 ‘A+’를 받고 싶다고 대답하면서 협상결과에 대한 흡족한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한편, 국민 전체를 모집단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다수 국민들은 협상이 미국측에 보다 유리하게 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된 일로 생각한다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나라 사이의 자유무역협정이 양국 모두의 사회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명제는 기본적으로 참(true)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기필코 한국의 사회후생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명제는 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제3의 개국’ 운운하거나 장밋빛 미래를 확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바, 그들은 일생에 단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천재이거나, 기실 무식해서 용감한 자이거나,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파렴치한일 개연성이 크다.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자기자신의 이불리를 기준으로 삼아 협상결과를 평가하고, 특정 개인의 이불리를 명확하게 산정할 수도 없는 만큼, 여론조사결과를 토대로 협상결과를 호평하는 아전인수도 어리석은 광대놀음에 불과하다.

한미 FTA와 관련하여 확실한 것은 예후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자유무역이 무역당사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원론적 명제는 옳지만 시장이 항상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올바르게 작동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투자자-국가간 소송제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폐해이다. 법정에서는 항상 선한 쪽이 승리하던가를 생각해보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확실한 것은 한미 FTA로 인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막연하게 예상되는 피해 정도가 아니라 평생 동안 일하며 생활하던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로 선택할 직업도 마땅치 않아 조국을 원망하며, 곤궁한 여생을 보내게 될 분들이 적지 않으리라는 것도 확실하다. 동시대 한 하늘 아래 사는 사람이라면 이 어찌 함께 가슴아파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앞으로 남아 있는 기간에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협상결과가 진정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한 필요조건인지 치밀하게 검토하고 나서 비준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히 국회의 몫이다. 그리고 한미 FTA가 발효될 때 발생할 수혜자의 후생증가분 일부로 피해자의 후생감소분 전체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현명한 지혜를 짜내는 것은 정부가 감당해야 할 의무이다.

전에 각설이는 밥 한 사발을 얻는 대가로 대중에게 종합예술을 제공하였다. 그래서 국회의원들과 정부의 벼슬 높은 이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남은 기간 동안 치밀하고 현명하게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시라. 후에 만약 한미 FTA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판명되는 불상사가 생기면 대중은 당신들을 각설이만도 못한 인간이라 부르게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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