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서 정몽준 회장에게 명예철학박사를 수여하려다 철학과 교수·학생들의 반대로 사실상 철회됐다. 하지만 이는 다른 대학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례 중 하나이다.

2006년 5월 어윤대 총장의 연세대 명예경제학박사 수여식에서는 연세대 학생 30여 명과 고려대 학생 40여 명이 함께 항의 집회를 했다. 학생들은 “신자유주의 교육 개편에 앞장서 지지하고 학생들을 위한 공간보다 상점들을 입점시켜 학교를 장사판으로 바꿔놓았다”며 “보건대 학생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에 반대하던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렸다”고 반대했다. 연세대는 항의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ROTC를 투입하며 어윤대 총장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건희 회장은 2005년 5월 고려대 명예철학박사를 받으려다 학생들의 반대시위를 빚었다. 반대 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노조를 모조리 박살내 노조를 만들 수 없게 만든 ‘피의 경영’이었고, 폭행, 납치, 감금, 핸드폰 위치추적 등의 방법이 동원되었다”며 “우리는 삼성의 노동탄압을 주도했던 이건희가 우리 학교에서 철학명예박사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폭력시위를 벌여 전국적 이슈가 됐다.

이건희 회장은 2000년 1월 서울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도 경영대 교수 20여 명의 반대가 있었다. 경영대 교수들은 “학위 수여 결정 과정에서 경영대 교수들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았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특히 전 서울대 총장 정운찬 교수는 당시 “이 회장의 학위 수여 사유인 반도체산업은 선친이 시작한 것을 물려받은 것일 뿐이며 오히려 이 회장은 삼성자동차로 실패한 경영인인데, 어떻게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가”라며 가장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전북대에서도 2003년 4월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이었던 장영달 의원에게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주려했다가 교수와 지역사회단체들의 반발로 인해 취소됐다. 이들은 이라크 파병에 동의한 국회의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는 일은 오히려 전북대에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반발해 장영달 의원이 사양하는 선에서 그쳤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1990년 4월 서강대 명예정치학박사학위 수여식 과정에서 심한 곤욕을 치렀다. 당시 학생 2백여 명이 “학생들의 동의도 없이 명박 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무효”라며 학위모를 뺏고 달걀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 최초 수여자 맥아더
2005년 5월까지 명예박사 수여자는 3천1백58명이다. 1945년부터 따지면 그 수는 한 해 50명가량으로, 수백만 명 혹은 수천만 명에 이르는 학사·석사·박사에 비해 희소가치가 있다. 학위를 준 것으로 파악된 대학 수는 모두 1백9개다. 명예박사 학위를 줄 수 있는 대학의 조건은 ‘박사학위 과정이 설치돼 있는 대학’이다.

국내 명예박사 1호는 더글러스 맥아더 전 미 극동군 사령관이다. 맥아더 장군은 1948년 8월 10일자로 서울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동아시아와 한국을 공산권으로부터 방어하는 책임자라는 점에서 그를 높이 산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1호는 이승만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은 1949년 7월 15일 역시 서울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국인을 제외하고, 신원 확인이 가능한 국내 학위자 1천5백44명을 분석한 결과 직업별로는 대학교수와 총장·재단이사 등 교육계 인사가 4백57명(29.5%)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계가 4백11명(26.6%), 정치·관료계가 3백23명(20.9%)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은 전체의 77%를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종교·법조·의약계 인사들이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00년 이후 5년동안 명예박사학위가 크게 늘어나 8백7명으로 전체의 25.6%에 이른다. 이는 1999년 8월에 명예박사 학위와 관련된 법률안이 개정돼 각 대학은 명예박사 학위 현황을 교육부에 통보할 의무가 사라졌다는 점에 기인한다.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2005년 5월 10일자 참조)


# 취지와 다른 명예박사 수여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명예박사 학위는 학술과 문화에 특수한 공헌을 하였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공적을 나타낸 자에게 수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대학 역시 학칙에서 이런 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면 그 대학의 동문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학위를 매개로 특정 인사와 연고를 새로 만들거나 더욱 강화해 이권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1999년 이후 명예박사 수여를 대학 자율로 맡기면서 두드러졌다.

고려대의 이건희 회장 명예박사 수여식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무려 4백억 원을 지원받아 지난 5일 완공된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을 지은 이후에 열렸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회장의 명예철학박사학위는 백주년기념관 건립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되갚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학은 교육재정이 부족해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행위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 우리 대학 명예박사 누가 받았나
우리 대학은 명예박사 총 수여는 광주캠퍼스가 문학 5명, 경영학 13명, 법학 9명 등 총 47명이다. 여수캠퍼스는 경제학 1명, 정치학 1명으로 총 2명이다. 최근 명예박사를 수여한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2006년 10월 명예문학박사를 받았다. 조창현 전 중앙인사위원장에게 2006년 7월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조창현 전 위원장은 정부 인사개혁, 지방자치제도 정착기여 높이 평가해서이다.

또한 1997년 6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에게 명예철학박사를 수여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기 분야와 관련없는 문학을 받았으며,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대우 부도를 일으키고 해외로 피신해 우리 대학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해 장형은 양(국교·4)은 “정권·권력을 잡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일들이 늘어나 명예박사를 향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대학의 경우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파급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적 영광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반면 이효정 양(일문·4)은 “명예박사를 선정하는데 비리가 있어서는 안 되지만 정당한 기준을 거친 경우는 충분히 인정해 줘야 한다”며 “기부금을 통해 교육 환경의 질을 높이고 더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여 교육 기회의 폭을 넓힌다면 명예박사 당사자와 학교 모두에게 긍정적인 일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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