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개시 선언 14개월 만인 지난 4월 2일에 타결되었다. 이로 인해 사전에 우려했던 쌀과 교육, 의료분야는 개방되지 않았지만 지적재산권, 섬유 등 여러 분야에서 무역이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우리 사회는 FTA 협상이 있기 전부터 분열과 갈등으로 떠들썩했다. FTA를 찬성하면 숭미주의자로, FTA를 반대하면 반미주의자로 낙인을 찍고 대립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통 속에서 결국 FTA는 타결됐다. FTA의 타결내용은 무엇이고 앞으로 우려되는 점과 과제는 무엇일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전국농민회 총연맹’중심으로 농민들이 ‘한미FTA 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FTA 타결 주요내용인 농업분야에서는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하반기 수입재개와 쇠고기(15년)·돼지고기(10년)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의 쌀 시장 개방은 예외인정하고 콩, 감자, 분유, 꿀, 오렌지의 현행 관세를 인정하기로 했다. 자동차분야에서는 한국은 배기량 기준을 완화하고 특별소비세 발효 후 3년 내 5%이하로 단일화시키기로 했다. 미국은 3000cc 이하 승용차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다른 승용차는 3년, 트럭은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섬유분야에서 한국은 한국산 섬유 대미 우회수출 방지 협력하고 경영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은 한국산 섬유 전체 품목의 61%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FTA가 타결되면서 가장 우려 됐던 점은 농업분야의 경쟁력 측면이다. 농업분야는 국가의 1차 산업으로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1차 산업을 근간으로 모든 산업이 발달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농업분야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생산량과 질, 가격 측면에서 크게 차이난다. 다행히 이번에 쌀은 개방되지 않았지만 오렌지 같은 상품으로 인해 감귤을 재배하는 농가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하다. 한마디로 농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농업은 도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민의 건강 문제이다. 개방이 되면 쇠고기나 오렌지 등을 전보다 훨씬 값싸게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지갑은 한결 여유로워질 것이다. 물론 쇠고기와 농산물을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광우병 우려가 있는 뼈있는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고 오렌지 같은 경우는 농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국민 건강에 큰 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우리 식탁 위에 쉽게 오르게 됨으로써 국민들은 지금보다 더욱 건강을 해치는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은 이익의 불확실성이다. 자동차의 경우 3년 안에 관세를 철폐시키기로 해 판매량 증가로 인한 국가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전망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도 GM이나 포드 같은 유명 메이커 수입차들이 저렴한 가격에 국내에 들어올 것이다. 비싼 수입차를 선호하는 국민들의 성향을 미루어봤을 때 국내 차 이용률이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또한 미국에 수출되는 국내차의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판매가 급증할 것이라는 것도 과도한 해석이다.

마지막으로 여론수렴 부족으로 인한 졸속 타결 문제이다. FTA는 국가적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국민 여론수렴 절차와, 이해 및 준비기간 없이 14개월 만에 이뤄졌다. 향후 체제가 바뀌는 중대한 문제를 7일 만에 바꾸는 바람에 국민들은 혼란스러웠다. 실제로 스위스의 경우, 국민투표를 통해 ‘농업에 관한 원산지 표시 안전성’에 대한 이유로 미국과의 FTA를 중단한 사례가 있다. 국민의 여론이 반영되지 않은 FTA는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끊임없는 분열 속에서 국가이익을 도모할 수 없다.

이런 우려 속에 FTA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김달혜 양(경제·4)은 “농업분야가 취약하다고 해서 개방하지 않는 것은 세계화를 거스르는 것이다”며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분야를 육성하여 얻는 수익을 분배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교수(경제·국제경제)는 “FTA로 인해 한·미간 이익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손해봤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당장에 득실도 중요하지만 체질개선을 통해 장기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곽성용 군(법학·3)은 “FTA는 국민여론수렴이 안된 협정이다”며 “농가피해와 국민건강이 걱정 된다”고 말했다. 장영진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 연맹 대외협력국장은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은 비밀협상이므로 원천무효다”며 “협상공개요구 국민투표와 더불어 국회비준과 대선까지 비준 반대운동을 몰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찬반이 엇갈린 FTA는 이틀간의 연장협상의 끝에 타결되었지만 9월에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분열된 갈등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근 1주일간 신문과 뉴스에서는 FTA의 연일보도로 국민들에게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했다. 그 때문에 FTA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심한 대립이 있었고 언론의 여론몰이를 통해 이분법적 논리가 횡행했다. FTA 타결이 협정된 지금, 내용에 따른 대안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또 미국뿐만 아니라 앞으로 유럽연합(EU), 중국과의 FTA 협상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협상을 교훈 삼아 국민여론수렴을 통한 FTA로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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