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학로다. 극단들도 많고 연극을 상연할 수 있는 소극장도 많이 모여 있어 대학생들이 쉽게 연극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광주 연극의 현주소는 그다지 밝지 않다.
현재 광주연극협회에 소속된 극단은 8개이고 그 외 극단을 합해도 10개 내외다. 연극 전용 소극장도 민들레소극장, 궁동예술극장과 문예정터 뿐이다. 극단 푸른연극마을은 광주에서 10년 남짓 소극장 ‘연바람’을 운영해왔지만 순수예술로서의 연극을 하기 어려워져 보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광주 지역 연극 관람객, 매니아층은 대부분 3~40대로 소수의 매니아층들이 광주 연극을 이어나가는 데 버팀목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연극협회 사무처장 강용복 씨는 “예전에는 대학생들이 연극을 보면서 낭만과 인생을 느끼기 위해 많이 관람했는데 요즘엔 대학생 관람객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한편 40여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광주나 서울에 있는 여러 극단의 배우들을 배출한 우리 대학 연극 동아리인 ‘전대극회’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전대극회는 정기공연과 워크숍을 위해 매일같이 연습을 하고 여유가 있을 때는 창작도 하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신입회원 수가 줄어들고 있다. 전대극회 회장 김영동 군(전컴정·2)은 “학생들이 연극에 대한 흥미는 있지만 직접해보려고 하지 않는다”며 “고등학생 때 연극부였던 학생들이 대학에서도 연극을 하고 싶어 들어오는 편이지만 힘들고 어려워서 많이 나간다”고 전했다.
연극은 관객과 배우가 함께 소통하는 장이다. 관객과 배우 간의 소통이 되지 않으면 독백에 불과하다. 연극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부족은 광주에서 연극의 자리가 축소되는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사람들이 점점 연극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비단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무거운 것보다는 가벼운 것을, 느린 것 보다는 빠른 것을 추구하는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연극보다는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극단 푸른연극마을에서 배우 겸 대내외 홍보담당을 맡고 있는 이당금 씨는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점점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다보니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지고 정신적인 멋이 사라졌다”며 “여유가 없으니 연극을 즐길 기회도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는 연극인구가 적은 데다 소극장의 연극 공연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아 연극에 관심있는 관객들도 연극을 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정미령 양(영문·3)은 “광주는 좋은 연극이 들어와도 홍보가 잘 되지 않아서 못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극단 파랑새 대표 임홍석 씨는 “우리 극단은 전국적으로 순회를 하는데 관객의 질적인 면에 있어서는 광주가 월등하다고 본다”며 “다만 광주에 있는 관객들이 홍보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턱없이 낮은 지원 역시 광주에서 연극이 더욱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광주연극협회 사무처장 강용복 씨는 “예컨대 광주가 연극 홍보비로 3백만 원을 쓸 때, 서울은 약 3억 정도 쓴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 지역은 소비도시이지 생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의 후원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소극장이 두 개 뿐이고 대극장의 경우에도 2천 석이 안되기 때문에 대형공연을 상연하기에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을 뺀 나머지 지역과는 재정수준이 거의 비슷한 상태임에도 광주의 기획수준이나 연극배우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에서 연극으로 뿌리를 내린 극단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연극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다. 그리고 관객들이 원하는 부분들을 함께 채워나가는 극단들의 역할이다. 극단 푸른연극마을의 이당금 씨는 “예술인 자체의 마인드가 열리고 연극에 관련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체험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이 연극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극단들의 몫”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극은 디지털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예술분야다. 그렇기에 드라마나 영화에는 없는 현장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대학로에서 연극이 오래도록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젊은 대학생 관객들이 끊이지 않고 연극과 소통해왔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감정이 메말라있으면 우리 사회가 더 각박해질 것 같아 우려된다는 강용복 씨는 “광주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극인들 스스로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젊은 관객들의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극이 곧 삶”이라는 강 씨의 말처럼 연극을 삶의 일부로 생각하며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연극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광주도 대학로만큼 연극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