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방송을 기억하는가? 한 달에 한권의 책을 선정해 온 국민들이 읽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방영된 방송이었다. 이 방송으로 시민들이 ‘책과 가까워졌다’는 의견도 있었고 출판계의 판매율도 크게 상승했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후 국민들은 다시 책과 멀어져가고 있다. 또한 주요 독서계층이라 할 수 있는 젊은 대학생들 역시 책을 멀리하고 있다. 이 시대 사회의 경쟁력은 지식의 축적과 이를 활용한 개발에서 나온다. 그 바탕이 되는 독서를 멀리하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 사회의 경쟁력은 어떠할 것인가. 이러한 사회적 위기 속에 ‘책 안 읽는 대학생’을 들여다보자./엮은이

 

이번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책 외면 현상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독서 실태를 조사한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하루 책 읽는 시간이 10분도 되지 않는다.

 

이는 인터넷이나 방송매체에 하루 평균 5시간 22분을 쏟는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문화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가 1993년부터 10년 동안 조사한 ‘국민실태조사’ 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23.7%가 한해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으며 1인당 한해 독서량은 11권으로 월 평균 1권을 넘지 못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현상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김 모군은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고등학교 때 미처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학기 초에 모임이 너무 많아 책을 읽다가도 책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흐지부지 1학기를 보내고 다시 한 번 마음을 잡고 책을 잡은 김 모군은 공강시간과 저녁시간을 독서시간으로 정했지만 밀린 리포트와 친구들의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오늘도 김 모군은 공강시간에는 피시방에 가서 게임을, 저녁시간에는 술에 취해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있을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런 모습은 비단 김 모군의 모습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 친구의 모습일 수도 있고 선·후배 혹은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봐도 대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보기가 힘들다. 그나마 책을 보는 학생들도 판타지 소설이나 취업관련서적이 대부분이다.
 

일러스트/열린만화 창 이정현
이 같은 현상은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접한 학생들이 책보다는 다른 매체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쉽고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과 방송매체에 빠져 책을 읽는 것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렵고 두꺼운 책보다는 쉽게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소설을 좋아하며 말초적이고 즉각적인 웃음과 느낌을 주는 책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독서량 부족은 ‘국어 능력 저하’ 및 ‘논리적 사고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이다.
 

우리 대학 도서관 본관 대출사서 서향선 씨는 “대학생들이 교양서적을 많이 읽지 않는다”며 “다른 대학 사정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1학생회관 사랑방 서점의 관계자는 “일반 교양서적보다는 영어나 공무원 등 취업에 관련된 책이 더 잘 팔린다”며 “IMF 이전에는 교양서적도 많이 팔렸으나 요즘 대학생들은 별로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수록 감소하는 대학생들의 독서 현황에 대해 신해진 교수(국문·고전문학)는 “인터넷과 방송매체들이 발달되어 있는 문화적 환경 때문이다”며 “정보습득이 간편한 영상매체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책을 읽으려는 측면이 저하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볍게만 사고하고 무거움을 배척하는 사회 현상 때문이다”며 “사회분위기가 진지함을 결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책 안 읽는 사회현상에 그는 “가벼움의 천국인 지금, 균형 감각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책을 통해 자기 교양을 쌓는 진지함이 필요하다”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대학 내 책을 읽지 않는 실태 속에서 일부 교수들은 독서권장을 위해 강의시간에 과제물로 책을 읽고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하고 있다.

 

오혜린 양(지리·2)은 “책을 읽고 리포트를 쓰는 수업을 통해 한달에 한권씩이라도 책을 읽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책 한권 읽기도 버거웠지만 이제는 수업이 종강된 후에도 책을 읽는 습관이 배어 여전히 책을 읽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학생활을 책과 가까이 하며 알차게 보내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책이 재밌어서 읽는다는 임준성 군(국문·2)은 “시간이 있으면 홍도에 가서 책을 읽는다”고 말하면서 “책을 읽음으로써 대화소재도 많아지고 간접경험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서 대처가 가능하다”며 책을 읽는 즐거움을 드러냈다. 문호경 양(경영·2)은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소설을 주로 읽는다”며 “고등학교 때보다 독서량은 줄었지만 한 달에 3권 이상의 책을 꾸준히 읽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업을 들을 때 내용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어 좋다”고 말했다.
 

책장을 펴기는 쉽지만 읽어가기는 어렵다. 그게 교양서적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부터 읽기 시작한다면 독서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읽는 노력부터 시작한다면 훗날에는 사고의 영역이 넓어지고 심도 깊은 지식을 습득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독서시간을 정해 꾸준히 책을 읽는 성숙한 대학생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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