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계(Shibuya-Key)’란 음악 장르가 있다. 장르라 칭하기엔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일본의 시부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 쇼핑과 클럽 문화가 발달한 그 지역에서 젊은 층들에게 폭넓게 인정받고 있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음악적 흐름을 이야기 할 때 ‘시부야계’라는 말을 사용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음악시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국내 대중음악과 달리 다양하고 풍부한 음악적 저변을 가지고 있다. 국내 대중음악이 ‘댄스’와 ‘발라드’ 최근에 소위 꺽기창법의 ‘알엔비’일색으로 유행을 이뤄나가는 반면에, ‘재즈, 팝, J-ROCK, 일렉트로이카, 포크, 힙합, 하우스, 애시드. 인디’ 등 풍부한 자원을 이루고 있다.

물론 그 풍부한 음악적 저변들을 통해 일본 대중음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단순히 상업적 측면만이 아니라 음악적 성숙함의 측면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러한 ‘시부야계’가 탄생하고 한가지로 규정지울 수 없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가능하고 또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일본 특유의 ‘문화적 수용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순히 유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수용되면 그 문화의 매니아가 생겨나고 한순간의 ‘치기’가 아닌 ‘진지함’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새롭게 변형시키는 ‘복잡하고 무국적’적인 작업을 거쳐 그들만의 문화로 동질화시켜낸다.

또 아마추어 예술인에서부터 프로예술인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에서 거리에서 또는 다양한 규모의 민/관 공연장을 통해 이뤄내는 문화환경, 주류와 비주류를 막론하고 서로 간에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음악적 인프라, 공중파와 잡지 등 대중매체의 다양한 소통매체의 존재, 동네 클럽에서 데뷔하여 세계적인 후지락페스티발 무대에 이르는 통로의 존재 등이 일본대중음악의 숨어있는 진정한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부야라는 도쿄의 한 귀퉁이 음악이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한 흐름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다양하고 새로운 사운드의 조합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거리나 클럽에서 생산되고 수용되어지는 문화환경과 문화의식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의 음악은 아티스트의 골방에서 사장되어 버리는 그런 음악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들만의 독특하고 독립적인 문화적 트렌드와 아이콘으로 성장한 시부야계를 들여다보면, 우리도 언젠가는 광주만의 독창적인 ‘Kwangju-Key’를 만들어내는 날이 오기를 꿈꾸어본다.

네버마인드클럽대표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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