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예술 분야가 위기에 처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지정된 광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전반적인 예술이 진흥하기 위해서는 기초 예술 분야의 부흥이 필수다. 그런데 기초 예술 분야의 부흥을 위한 문화예술인들은 생계에 시달려 ‘투잡’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돼버렸다. 우리 지역 기초 예술의 현주소와 기초 예술 분야의 진흥을 위해 우리 대학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엮은이

 

일러스트/열린만화 창 김진철
“가끔은 미술을 시작한 것이 후회되기도 하고 다른 일을 해볼까 갈등도 했었다. 남들 하는 만큼 노력했는데 사회적 대우는 좋지 않았다. 이만한 노력을 다른 것에 투자했으면 더 좋은 대우를 받았을 것 같기도 하다”
 

광주에서 미술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주성희 씨의 이야기다. 사회적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고, 미술만 해서는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주 씨는 “다행히도 내 경우는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남편에게 있어 큰 걱정 없이 미술을 할 수 있지만 생계를 책임져야 할 남자 작가들은 길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리거나 벽화라도 그려야 할 형편이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광주시립국극단에서 활동 중인 전호준 씨는 “나는 광주시립국극단에 있지만 그 월급만 갖고는 생활이 어려워 개인 레슨이나 외부 강의 등을 나가야 생활이 가능한데 일정한 수입이 없는 국악인들은 그 사정이 어떻겠냐”고 하소연했다. 이렇듯 미술, 국악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무용과 같은 기초 예술 분야 전반에 걸친 지원이 부족해 문화예술인들이 진정 하고자 하는 예술에 전념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문화예술 관련 지원· 대중 관심 부족

이러한 문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원과 문화예술관련 시설이 부족한 데 있다. 이가영 양(미술·2)은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 위해 미술을 공부하기에도 빡빡한 시간에 불문과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이 양은 “큐레이터가 꿈이지만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기초예술의 뿌리가 깊지 않아 제대로 배우기가 힘들고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가 부족하다”며 “문화중심도시인 광주 예술의 거리에서 ‘예술’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우리 대학을 졸업해 광주시립국악단에 있는 정옥혜 씨(국악·01학번)는 “전주시의 경우 소리의 고장이라고 해서 축제도 자주 열리고 시에서 지원도 잘해주는데 그에 비하면 광주는 지원이 적은 편이다”며 “졸업 후에도 예술 관련 시설이 부족해 들어갈 수 있는 단체가 한정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예술인 양성에 기여해야 할 교육기관에서도 기초예술분야가 미진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전호준 씨는 “전남대 국악과가 전남 유일의 국악과임에도 불구하고 교과 과정이 전문 국악인을 양성하는데 부족한 면이 많은 것 같다”며 “중앙대의 경우 판소리 전공이어도 무용을 배워 종합 예술을 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이 되어있다”고 우리 대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주성희 씨도 “교육부 지침 때문에 ‘미술’은 대학 가는 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 ‘기타 과목’ 정도로 취급해 미술을 하고자 하는 학생도 발굴하지 못하고, 기초예술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한편 전효관 교수(문화전문대학원·문화사회학)는 “문화의 수용자도 변하고, 예술의 형태도 변화하는데 우리 대학은 거기에 반응을 하지 못하고 한 장르만 고집하기 때문에 기초예술 분야의 미진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이야기 했다.
 

기초예술 분야 부진에 대한 책임은 대중들에게도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에 관람을 오는 시민들은 방학 때는 하루 평균 2백 50명, 개학 후에는 1백 70명 정도다.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운영자는 “주로 초·중학생들은 수행평가를 위해 방학 때 와서 관람을 하고 대학생들은 리포트를 쓰기 위해 관람한다”며 “‘작품 관람’이라는 목적만 갖고 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수용자, 예술인, 지원 삼박자 맞아야

기초예술분야의 진흥을 위해 전효관 교수는 “대중문화 편식 현상이 사라져야 한다”며 “예술인들은 대중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대중들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기초예술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교수는 “우리나라와 우리 대학은 기초예술에 관련된 내용을 심화시키고, 새롭게 생겨난 예술 장르를 기존의 것과 결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심온 교수(국악·가야금)는 “방음이 철저히 되고 냉난방이 되는 연습실이 턱없이 부족하고 전공별로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가 있어야 한다”며 기초예술분야 진흥의 주역이 될 학생들의 교육시설 증축과 교수 충원에 대해 언급했다. 또 서효인 군(국문학석사과정·2년)은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외부에 가서 공부하지 않고도 우리 대학 내에서 좋은 환경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예술분야의 침체는 문화 수용자, 문화예술인, 문화 정책가 등 모두의 문제다. 문화 수용자는 기초예술 분야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문화예술인은 예술이 대중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화 정책가 또한 대중들이 기초예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삼박자가 맞을 때 기초예술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예술이 발전할 수 있고, 예향의 고장 광주라는 말이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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