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고려대의 이건희 삼성회장의 명예철학 박사 학위 수여를 두고 고려대 학생들이 크게 반발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건희 회장의 기업철학을 높이 평가해 철학박사를 수여한다’는 대외 명분을 검증한 것이다. 현재 우리 대학 또한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를 두고 철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이 반대 성명을 냈다. 정몽준 씨의 도덕성을 검증하며 철학과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명예박사학위가 무엇인가? 한국의 명예박사학위는 “우리나라 학술과 문화발전에 공헌을 했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지대한 공적을 나타낸 자”에게 수여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사람은 대부분 사회에서 명성이 있는 자들이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이유가 함께한다.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등 우리 나라 정치계를 대표했던 사람들의 명예박사학위증을 보면 그 수에 앞도 당한다. 무려 12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김종필 전 총리가 학위를 받은 시기는 중앙정보부장, 국무총리, 여당 대표 시절이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 대학이 단순히 순수한 학문의 전당이었던 적이 있었던가라는 의문이 든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국립대 법인화’ 등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대학의 모습을 보자면 명예박사학위는 필요사항이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등록금 상승으로 인한 학생들의 반발, 교육재정 부족, 대학의 경쟁력이라는 문제 앞에서 대학은 자구책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효율성, 학교 전체의 이익이라는 표명아래 ‘명예박사학위’의 본질적 의미를 간과해 버릴 것이다.

물론 학교의 발전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불거지고 있는 정몽준 씨의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를 두고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한다. ‘명예박사학위’의 목적이 무엇인지, 대학의 본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이번 문제를 갈등과 불신으로만 그치지 말고 구성원 모두가 ‘전남대학교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 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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