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 공원 논란이 해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일해공원 명칭이 확정되고 난 후에도 각종 사회·시민단체의 반대 운동은 계속됐으며 2월에는 합천군 원경고등학교 학생회장이 심의조  합천군수에게 "일해공원이 저희를 부끄럽게 한다"는 내용의 공개편지를 보내기도 해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에서는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이 오가지 않아, 일해 공원 논란 경과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담아봤다.

▲ 일해 공원 반대 경남대책위가 지난달 28일 전 전대통령의 이름이나 호를 공원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는 법안 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사진: 한겨레)
지난해 11월 경남 합천군이 98억원을 들여 조성한 ‘ 새천년 생명의 숲 ’ 공원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 황강 ’ ‘ 죽죽 ’ ‘ 군민 ’의 명칭과 함께 합천 출신인 전 전대통령의 아호를 딴 ‘ 일해 ’ 라는 명칭을 공원 이름 후보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 민주적 공원 명칭을 위한 모임 ’등의 지역시민 단체들은 ‘ 일해 ’ 명칭을 설문조사에서 뺄 것을 주장했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반대여론이 일어났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 k1mhunsoo’는 “입장료 29만원씩 받아서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대신 내주면 되겠네~”라며 “일해공원 찬성한 사람들은 반드시 출근길 퇴근길 매일 두 번 공원 입장할 것”이라고 비꼬았고 합천군 홈페이지는 반대 글들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의조 합천군수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 ( 전두환 ) 대통령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고장이라는 걸 기념하려는 뜻 ” 이라며 설문조사를 강행했다. 그 결과 51.1%의 지지로 일해공원으로 명칭이 확정되었고, 공원 명칭을 둘러싼 반대여론은 높아져 갔다.
 

지역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새천년 생명의 숲 지키기 합천 군민운동본부'에서는 설문조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며 의문을 제기하며 일해공원 명칭 철회를 주장했고, 우리 지역의 5.18 단체들은 “ 5.18 민중항쟁 시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을 성역화 하는 행위 ” 라며 반발했다.
 

반면 합천군은 설문조사가 모든 군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며, 공원 명칭의 결정은 지자체 고유의 사무이기 때문에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일해공원 반대 집회와 전사모( 전두환 전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와 합천군 새마을 지회 등의 찬성집회가 엇갈리며 논란은 장기화 되었다. 그리고 지난 1월 29일 군정 조정위원회를 거쳐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최종확정 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국내외적으로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우리지역의 김대중 컨벤션센터등 전 국가 지도자의 이름을 붙인 공공기관과 건물의 사례가 있음에도, 일해공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물의 이름을 고유명칭으로 하는 것은 그 인물의 정신도 들어가는 것"

 

먼저 명칭선정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반대 단체들의 주장이다. 당시 합천군은 군민 13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조사 대상자들은 마을 이장 360명, 새마을 지도자 650명, 그 밖에 도 ·군의원등의 기관 단체장 이었다. 설문조사 대상이 군민을 대표 한다기 보다는 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설문 조사 회수율도 44% ( 591명 ) 에 지나지 않았고 그중에서 일해공원 응답자는 51.1%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기관인 경남리서치에서 합천군민 220명(표준오차 ±6.93%, 95% 신뢰수준)을 설문한 결과는 일해공원 명칭이 '적절하다'(40.0%)보다 '적절하지 않다'(46.4%)는 반응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 반대여론이 높은 것은 전 전대통령이 저지른 부정축재와 12.12의 쿠데타를 통한 정권 찬탈, 5.18 민중항쟁 당시 시민학살의 주범이라는 점 때문이다. 양세열 군(중문·3학년)은 “ 5.18 민중 항쟁 당시 시민들을 학살한 장본인이자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사람의 호를 공원 명칭에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전 국가지도자를 공공기관의 명칭으로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선자 교수(사학·한국 근현대사)는 “샤를 드골공항·JFK 공항과 같이 인물의 이름을 공공기관의 명칭으로 하는 것은 그 인물의 정신도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고 지적하며 “ 정권찬탈과 시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의 이름을 공원명칭으로 하는 것은 그를 미화시키는 것이다 ” 라고 말했다.

 
공원의 이름을 결정하는 것은 해당 지자체 고유의 사무이고 전 전대통령이 합천 출신의 전 국가지도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 전대통령이 12.12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5.18당시 시민학살을 지시 한 것, 재임기간 동안 수천억의 부정축재를 저지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전 국가지도자를 공공기관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을 역사적으로 정당하게 평가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 볼 때 일해공원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5.18민중항쟁의 시발지인 우리학교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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