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단어 속에는 항상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과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설렘을 가지고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 간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 설레임과 두렴움이 공존하던 뉴질랜드행 비행기 안에서


군대에 있을 때 친한 후임 한명이 있었다. 그 후임은 가끔씩 자신의 뉴질랜드 여행기를 들려주곤 했다. 주위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별로 없어 외국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던 나에게 그 후임의 이야기는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드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과 서든 알프스 산맥의 장엄함, 여러 인종이 공존해가며 살아가는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보고 들을 수 없었던 것들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회사사정으로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두어야했고, 할일을 찾던 나는 뉴질랜드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뉴질랜드 항공권은 최대 성수기라는 이유로 거의 모든 항공사에서 매진이었다. 가까스로 표를 구하게 되었고, 중학교 친구와 단둘이 뉴질랜드 행 비행기에 몸을 맡긴 채 이렇게 나의 첫 해외 여행기는 시작되었다.

▲자연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었던 빙하
처음 접하는 외국은 나에게 두려움 자체였다. 입국심사를 거치면서부터 언어의 장벽을 느끼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을 해갈지 조차 막막했다. 특히 이곳에선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곳도, 돌아갈 곳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당장 나에게 주어진 건 옆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 한명과 앞으로 잘해 나갈 수 있다는 나의 믿음뿐이었고 이는 이번 여행 동안 나를 지탱해주는 원동력이었다.

뉴질랜드의 각 도시를 둘러보는 동안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 건 사람들의 여유였다. 가끔씩 마주치는 한국인 여행객 중 시간에 쫓겨 서둘러 다음 도시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모습이 한국에서의 일상생활을 대변해 주는 것만 같았다. 내 눈으로 봤을 땐 다른 외국인들의 여행 모습은 정말 한가로워 보였다. 현지인들이 한가롭게 호수에서 일광욕과 레포츠를 즐기는 모습은 여행객이 아닐 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현지인에 따르면 이곳 공무원들은 10시까지 출근해서 오후 4시면 퇴근한다고 한다. 회사원들도 5시면 거의 퇴근한다고 하니 야근이 생활화된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뉴질랜드는 주산업이 낙농업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탕으로 한 관광산업은 뉴질랜드라는 나라를 세계에 알려 준 효자산업이다. 한 가지 놀라운 건 거의 전 국토가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훼손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노력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였다. 

▲ 뉴질랜드의 목장, 때묻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관광지로 이용하고 있다

세계 10대 온천 중 하나라는 폴리네시아 온천조차도 목욕 시설은 우리나라 동네 찜질방 수준도 안 된다. 온천물이 솟아나오는 간헐천 관광지도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 정도와 표지판만을 만들어 놨을 뿐이다. 정말 자연을 관광하는 것이다. 일단 관광지하면 무조건 크고 현대적으로 보이려는 우리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런 꾸밈없는 자연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는 게 정말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오면 이상한 모습을 보게 된다. 길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노천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과 지나가는 사람이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은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내가 길을 물어본 외국인이 차를 가지고 와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모습은 감사함과 친밀감까지 느끼게 한다. 마치 모두가 알고 있는 사람들 같고 친구 같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느꼈다. 사소한 것이지만 정을 나누며 마음에 여유를 지낸 채 살아가는 것이 절대 손해 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나이와 국적을 떠나 모든 사람들은 친구이다

여행자금이 그리 많지 않아 밖에서 노숙을 할 때도 있었고 굶기도 했지만 내가 얻은 경험에 비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다른 세상을 본다는 것은 나의 앞날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 줄 것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나는 후임에게 듣고 내가 직접 가서 느꼈던 것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다른 세상을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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