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희대와 전북대 체육학과에서 ‘신입생 길들이기’ 문제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선배가 후배에게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차려를 시키고 언어폭력을 행사하며 심지어 때리기까지 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폭력’은 일상적인 문화가 돼버렸다.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육체적인 폭력보다 언어폭력은 나은 것이라 여겨 참고 넘길 때가 많다. 물리적 폭력보다 낮은 수준으로 여겨지는 언어폭력. 지성인의 전당 대학 안에서 ‘군대 훈련소’를 연상시키는 언어폭력의 현 상황을 짚어본다. /엮은이

 

체육 관련학과에서 이미 문제가 되었던 ‘언어폭력’문제가 대학 안에서도 버젓이 행사되고 있다. 대학생도 어엿한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언어폭력을 당해도 마땅히 방법이 없어 언어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는 선배가 후배를 가르친다는 명목 아래 폭력이 행사되어 왔지만 이제는 암묵적 폭력형태인 언어폭력이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언어폭력을 당해도 어디에 호소할 곳도 없고 ‘맞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언어폭력을 키운 것이다. 욕설이나 비하발언 등 군대에서나 들을 법한 언어들이 대학 내에서 통용되며 그 언어들이 고스란히 대물림되었다. 선후배간 언어폭력문제는 우리 대학 사회에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어폭력을 당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는 법과대학 A군은 하는 행동이 건방지다는 이유로 언어폭력을 당했다. A군은 “사소한 실수를 했을 뿐인데 언어폭력을 당했다”며 “내 잘못도 알고 선배 입장도 이해하지만 욕설까지 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동기들도 수차례 당한 걸로 알고 있다”며 “상습적으로 후배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인문대 김 양은 평소에 학과 선배로부터 “넌 원래 그러니까” 등 무시하는 발언을 자주 들으며 가끔은 머리를 맞기도 했다고 한다. 처음에 김 양은 심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껴 “왜 그러냐”며 대꾸했지만 계속되는 선배의 발언에 “이제는 그냥 무시한다”고 말했다.

평소에 털털한 성격으로 사교성이 좋은 인문대 박 양. 그녀는 감기에 심하게 걸려 목소리가 이상한 것에 놀림을 받았다. 학회실에 들어서자 모 선배로부터 “니 목소리 들으니깐 기분 잡쳤다”는 말을 들었다는 박 양은 “학회실을 나오니 몸도 아픈데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언어폭력은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고 상처를 줌으로써 상대보다 우위에 서겠다고 하는 유형 무형의 행동으로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언어폭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위계질서에 의해서 비롯됐다. 이는 후배는 자신의 권리를 존중해주었으면 하고 선배는 자신들을 예우해주길 바라는 마음들이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회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운동선수나 법원, 공무원 사회에서는 서열경계가 뚜렷한 관료제 사회가 정착되어 있어 선후배간 장벽을 허물기가 힘들다. 이런 뿌리 깊은 위계질서 때문에 그 영향이 대학까지 퍼져 언어폭력이 행사되고 있다.

언어폭력은 상황에 따라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언어폭력을 당한 학생들은 언어폭력을 육체적인 폭력과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육체적인 폭력에 비해서는 언어폭력을 작게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어폭력문제는 자유로운 사상이 존재해야할 대학 분위기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행위이며 앞으로 사회에 나갈 대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언어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사회에 나가서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고 언어폭력을 당한 사람도 똑같이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구용 교수(철학·실천철학)는 “폭력이란 다른 사람 의지에 반해 언어적·물리적·정신적인 모든 자기 의지를 관철하는 것이다”고 설명하며 “언어폭력은 매우 다양해서 학생 스스로 폭력이라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MT문화 등 강압적인 선후배 관계를 “자발적인 연대가 아니라 타율적으로 강요된 공동체 의식이다”며 언어폭력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대등한 상태에서 만나 소통하며, 그 소통의 연대위에서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후배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차이에 대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폭력은 어느 형태든 우리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 학내에서 우리 자신도 모르게 서로 행사하고 있는 언어폭력도 폭력의 한 형태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지는 말이 큰 상처로 돌아올 수도 있다. 언어폭력은 신체적 폭력보다 가벼운 폭력이 아니기에 욕설이나 무시하는 말이 아닌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말 한마디를 한다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폭력의 근원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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