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삶의 온갖 비밀과 전율과 깊이를 배우고 체험했으며, 어쩌면 삶에 대한 답을 구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제는 나에게 삶이 없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품지 않는다.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은 삶과 나, 그것뿐이다.”


생철학에 심취해 있던 독일 출신의 여성 작가 프란치스카 폰 레벤트로우의 일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생철학이란 니체, 쇼펜하우어 등이 주장한 19세기 후반 근대 철학 사조의 하나로서, 삶의 체험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려는 철학을 가리킨다.

니체는 “너는 너 자신에 대한, 그리고 너 자신의 덕에 대한 주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덕이라는 것은 다른 도구들과 마찬가지로 너의 도구일 뿐이다. 너는 네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하며 삶에 임하는 자세에서 ‘점증적 의지’를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 비발디의 사계 중  '봄' 2악장에서 청춘의 모습을 발견하다
이러한 니체의 ‘삶에 대한 의지’는 한 세기 앞선 시대의 음악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바로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독자적으로 출판된 악곡이 아니라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Trial of Harmony & Invention)」라는 작품 전집에 속한 것이다. ‘창의(Invention)’란 일반적으로 ‘발명’으로 해석되지만 ‘점증적 의지’라는 이미지와도 연관성이 있다. 어떠한 발명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에 굴하지 않는 끊임없는 수정의 과정이 동반되니 말이다.

이 작품집에서 비발디는 매우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수행하는데, 곡의 표제적 성격에 따른 다양한 리듬 진행과 이에 따른 현악기 연주의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봄」의 2악장에는 “꽃에 파묻힌 화창한 목장에는 나무들의 푸른 잎이 정답게 속삭이고 개 곁에 양치기가 잠들다”라는 소네토를 제시하여 곡에 대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따사로운 이미지의 짧은 시를 가진 악장이지만 막상 들어보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진다. 아마도 우리의 빛나는 청춘도 이렇지 않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독한 실패로부터 오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곧 신의 선물이라는 ‘레테(lethe, 망각)’를 통해 다시금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잊는다는 것은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긴장감까지 놓아버리도록 하는, 다소 위험한 선물이기도 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고통스럽더라도 껴안고 가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느덧 3월의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다. 갓 입학한 새내기부터 졸업을 앞둔 4학년까지, 주어진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용봉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따사로움 속에 알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한 음악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하니, 잊어서는 안 될 ‘슬픔’까지 쉽게 잊지 말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의연한 자세로 껴안은 채 앞을 향해 나아가자고.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은 삶과 나, 오직 그것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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