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난돌이 어느덧, 7년을 굴러왔네요. ‘전남대 제2신문사’라는 슬로건으로 작은 웹진하나 만들며 시작했던 모난돌이 해를 거듭하며 ‘대학로 만들기’와 ‘거리문화운동’으로 나아가며 이제는 도시와 지역문화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는 단체로 성장하였네요.

전남대후문 바로 앞에서 개미장터를 하고 그 당시에는 주류문화에서 알아주지 않았던 힙합·B-BOY 분야의 광주전남 댄서들과 싸구려 장판 깔고 스트릿 댄스 행사를 하던 기억이 엊그제 같습니다.

2001년 4월, 400명의 관객들 앞에서 마이크잡고 “10년 안에 이 곳을 대학로로 만들겠습니다!”라고 큰소리치던 장면이 글 쓰는 이 순간에도 눈앞을 흘러지나갑니다. 모난돌이 굴러오면서 부딪치고 깨지고 흘린 돌조각들이 조그마한 문화예술의 길을 만드는데 기여했다면 좋겠는데, 요즘 밤잠을 설치면서 드는 생각은 ‘아직은 멀었구나’ 아니, ‘오히려 후퇴하고 있구나’ 하는 반성과 자괴감입니다.

사람들은 그럽니다. 도청자리에 문화전당이 들어서고, 전남대 안에도 ‘문화전문대학원’이라는 인력양성기관도 생기고 TV만 틀면 ‘문화광주, 관광전남’이라는 캠페인이 지속되고 뭔가 나아지고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문화현장에서 바라보는 우리네 자화상은 사실 달콤 씁쓸한 그 무엇입니다. 생판 문화에 관심도 없던 교수님들의 ‘명함’을 받아 볼때나, 광주에서 가장 문화행사와 정치집회가 많았던 후문 앞 공간이 ‘차량 통행소’로 변해가거나, 학내 문예동아리가 위기를 맞거나, 예술관련 인재들이 자기 미래를 그리지 못하고 방황하거나, 혹은 서울로 떠나거나…그런 모습을 바라보자니 가슴이 미어지고 심미적 분노가 일어납니다.

국가에서 돈이 흘러들어오니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가난한 우리네 이웃들이 아닌 지역의 문화 권력입니다. 문화로 ‘밥’먹고 살고자 하는 친구들에게 ‘정’맞을 모난돌이 드리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먹물냄새 가득한 테이블과 알아먹기 힘든 두꺼운 책을 바라보기 이전에 광주 현장 곳곳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가와 예술인들의 고약한 땀냄새를 맡아보라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의 사각지대에서 기본적인 문화향유조차 하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보라는 것입니다. 단언컨대, 문화는 아래에서 시작합니다. 문화도시는 거리와 골목을 누비는 문화게릴라들의 발칙한 상상력에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샹젤리제 가득한 타이타닉 상층부의 문화담론은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물론, 문화도시는 정책과 교육, 행사와 창작 그리고 공간의 5선지에 문화생산자와 매개자, 향유자의 재생산될 수 있는 연주력으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현장이고, 끝도 현장입니다. 현장에 있으면 찬바람에도 폐지 줍는 늙은 할머니가 보이고 오늘내일 삶을 마감하고 싶어하는 배고픈 예술인들의 일상이 보일 겁니다. 전 여러분에게 현장과 상상력, 그리고 하지 못하면, 못 이루면 미쳐버릴 것 같은 ‘꿈’만 있다면 여러분에게 ‘밥’은 자연스레 찾아올 것임을 말씀드리며 짧고 부족한 글을 모난돌이 ‘情’맞는 시대를 그리는 어느 기획가의 이름으로 남겨봅니다.

 

한길우 (문화단체 모난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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