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내기들의 파릇한 모습에서 반짝이는 눈동자에 웃음마저 싱그럽다. 저절로 캠퍼스가 활기에 차오르는 새 학기. 그러나 새내기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왠지 무겁다. 입학생들을 보니 올해도 전남대의 여초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초현상은 단순히 양적인 측면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여학생들 중 우수한 역량을 가진 비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취업과 사회진출에 대한 미래 비전을 생각하면 그리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 신문기사에 보니 요즘은 1학년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간다고 한다. 일반적인 경우 3학년이나 4학년부터 취업을 준비하지만 점점 학년이 하강하고 있다고 한다. 새내기들의 가벼운 발걸음 속엔 오래지 않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렘 대신 고민과 갈등이 채워질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나 학과과정엔 별다른 뾰족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작년에 여대생 취업캠프를 ‘여성연구소’에서 실시한 바 있으나 제대로 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물론 홍보의 아쉬움도 있지만 여학생들의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여성의 사회적 현실과 역량을 강화할 새로운 인력양성 프로그램 및 학문적 기반의 취약함 때문이기도 한다.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라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우수한 역량을 가진 지역인재들의 산실인 지방 국립대, 특히 전남대에서 여학생들의 역량강화는 21세기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여성관련 강좌는 교양강좌가 전부이다.

또한 학제 간에 여성관련 학문이나 이론이 부분화되어 있어 총체적으로 여성인재를 육성하고 여성관련 이론을 쟁점화하여 지방대 출신 여학생들의 역량과 조건을 개선할 수 커리큘럼의 설치나 운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개인적 사회자본이 취약하고 지역 내 여성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취약한 조건에서 지방대 출신 우수한 여성인력들은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거나 성장시키지 못한 채 기능적인 영역으로 자신의 역량을 잠재워두게 된다. 취약한 집단에서 성장의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단적이고 제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은 더 중요한 과제이다.

문화의 세기, 여성의 세기인 21세기,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지역이 불루오션이라고 외치는 지금 지방대야 말로 여성관련 학문을 활성화하고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방대라는 특성, 여학생 비중이 높아가고 있다는 특성, 문화도시라는 특성, 세계적인 추세에서의 여성인력 활용강화 추세 등 대내외적 여건이 우수한 여성역량의 강화를 통해 발전 잠재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볼 때 우수한 여학생 인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기회’로 전남대 발전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점점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의 여학생 인력 양성을 위한 시스템의 마련, 여성 리더십 육성, 비전 갖기, 여성과 인력양성 관련 교육 등 교양 교과목의 변화, 여학생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적인 지원제도와 더불어 여성 관련 의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학제 간 여성학 협동 과정 등의 전향적인 고민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오미란(대학원·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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