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영화”

이는 감독 ‘정윤철’의 영화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이다. 이번 영화의 감독 정윤철은 이미 “말아톤”이라는 작품을 통해 가슴 따뜻한 가족 얘기를 전달했었다.

이번엔 그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네 가족을 그려냈을지 궁금함을 자아낸다. 영화의 제목이 여러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심상치가 않다. 처음에는 ‘좋지아니한家’로 내세웠다. 하지만 한글로 고치고는 뒤에 물음표, 느낌표가 붙었을 때 다른 느낌을 주어 호기심은 증폭된다.

우선 영화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천호진, 김혜수, 박해일 등의 연기파 배우들의 색다른 변신과 황보라, 유아인 등 신인들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각기 다른 성격의 인물을 연출해낸다.

영화의 메인카피 또한 눈길을 끈다. 가족이란 의미가 “가급적 멀리하고, 족보는 무시하는 집단” 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영화를 대표하는 메인카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 속의 ‘심 씨네 가족’은 서로에 대해 무관심할뿐더러 비슷한 모습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애정 없는 한 가족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심 씨네 가족 한 명 한 명의 독특한 개성과 에피소드를 엉뚱하고 유쾌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황당하고 웃지 못 할 사건들과 재치 가득한 대사들은 관객들의 몫이자 이 영화의 묘미이다.

“말아톤”이 가족애를 통한 감동을 주었다면, “좋지 아니한가”는 가족을 코믹드라마의 소재로 택해 좀 더 솔직하게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족’이라고 하면 한 덩어리로 묶으려고만 드는 한국적인 정서와는 사뭇 다른 표현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감싸주고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 영화만큼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영화의 빠질 수 없는 주연이 또 하나있다. 그것은 바로 까마득한 어둠을 밝히는 “달”이다. 이 영화에서 “달”은 주인공들만큼이나 중요한 존재로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달은 공전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는 달의 뒷면은 볼 수가 없다. 영화에서는 이 같은 관계를 가족에게도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보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너무 세게 또는 너무 약하게 잡아당기지 않아야 한다”는 대사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감독 정윤철은 한 인터뷰에서 “잡아당기는 인력과 떨어져나가려는 원심력이 균형을 이룬다면 그건 우주의 질서를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라고 정리해서 말했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원리와 ‘덤덤한’ 인생 살기가 우리에게 맞는 가족상은 아닐까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모습인가?
이제 우리는 이 영화 “좋지 아니한가” 의 마지막에 느낌표를 달아도 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어찌 됐든 무심했던 가족들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기회를 준 것만으로 감사한 일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져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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