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밥 사주세요”라는 말이 캠퍼스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야속한 3월이 왔다. “사주겠다” 약속까지 잡았는데 새 학기 책값하기도 빠듯한 선배님들의 속사정을 그 누가 알아주겠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싸고 맛있어 후배들에게 점수 따기 좋은 맛 집으로 지금 안내한다.


얼 만큼 많이? - ‘빅마니’

“뼈 해장국 먹고 싶었는데 후배들 때문에 여기 끌려 왔어요”


남자 선배가 억울한 듯 이야기 한다. 선배의 소원에도 불구하고 여자 후배들이 끌고 온 이곳은 전남대 상대 뒤에 위치한 ‘빅마니’. 새롭게 들어서 깔끔하고, 붉은 빛의 인테리어가 없던 입맛도 나게 하는 이집은 돈가스와 스파게티를 전문으로 한다. 그럼에도 메뉴는 20여 가지로 다양하다. 사장님이 추천하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치즈오븐스파게티(3천원), 철판치즈돈가스(3천5백 원), 투(3천5백 원)다.

다른 건 알겠는데 ‘투’가 뭐냐고? 돈가스, 치즈돈가스 한 조각씩 주는 세트메뉴란다. 이외에도 세트메뉴 복돈(볶음밥+돈가스 한 조각, 3천원), 오치(치돈 한조각+오징어 볶음+밥, 3천5백 원), 치오라이(오므라이스+치즈돈가스 한 조각, 5천원) 등 생소한 이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 대학 졸업생 이영아 씨는 “해물 볶음밥, 스파게티, 복치(볶음밥+치즈 돈가스 한 조각+오징어 볶음)을 먹고 있는데 깨끗하고 양이 많아서 좋다”고 말한다.

건장한 남자 후배들을 먹여야 한다면 양 많고 맛있는 이곳은 어떤가.


후배와 함께 속 풀이를 - ‘옴팡골 콩나물국밥’

번화한 전남대 후문의 거리, 이곳에서 싸고 맛있는 집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속에서 찾아낸 진주 같은 곳이 그 이름도 특이한 ‘옴팡골 콩나물국밥’이다. 후문 맞은편 ‘신용슈퍼’와 ‘레옹 안경’ 사이 길로 들어가면 후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전통 집 한 채와 마주서게 된다. 그곳이 바로 ‘옴팡골’이다.

주 메뉴는 단연 콩나물국밥(3천원). 콩나물국밥 한 그릇 시켜 청량고추와 새우젓 넣고 간해먹으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콩나물국밥이 나오기 전 나오는 계란을 반숙으로 익힌 수란에 김 가루 솔솔 얹어 떠먹는 맛도 일품. 거기에 짭짤한 장조림과 커단 깍두기는 더욱 입맛을 돋운다.

“7년 전 대학 다닐 때 처음 이집에 와 졸업한 지금도 찾는다”는 정재식 씨(전기공학과, 2000년 졸업)는 “음식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정갈하고 깨끗한 반찬과 저렴한 가격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자부한다. 그는 “비오는 날 이곳의 특미 모주 한 사발에 먹는 김치찌개도 일품이다”고 추천한다.

개강과 함께 시작된 잦은 술자리로 속 풀이가 필요하다면 후배와 함께 국밥 한 그릇 말아보는 것은 어떨까.


24시를 넘어 25시로 갑니다 - ‘25시 해장국’

웬만하면 싸고 맛있는 상대 뒤에서 맛 집을 추천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이곳은 빠질 수 없을 듯! ‘25시 해장국’이 바로 주인공이다. 잘나가는 해장국 집에서 뼈 해장국(3천원), 감자탕(中 1만원, 大 1만5천 원)이 많이 팔리는 거야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집에서 더 잘나가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닭도리탕(中 1만원, 大 1만5천 원)이다.

“처음부터 닭도리탕을 메뉴로 넣은 건 아니다”고 말하는 사장님은 “집에서 해먹던 것을 메뉴로 넣으려고 주변사람에게 여러 번 시식하게 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퍽퍽하지 않고 매콤하게 만들어진 중 크기의 닭도리탕 한 접시를 4명이 모여 앉아 먹어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양념에 슥삭슥삭 비벼먹는 따뜻한 밥 한 숟가락도 일품.

“닭도리탕이 어떨 땐 해장국집 주 메뉴보다 더 많이 팔려 메뉴에서 뺄까도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사장님의 말에 ‘사장님이 조금 더 생각했으면 맛있는 닭도리탕을 만나지 못할 뻔했다’는 다행스러움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96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한결같은 가격을 고수해온 사장님은 “물가는 매년 올라도 주머니 사정은 별반 다름없는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거라 가격도 못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큰 공기를 꼭꼭 채워 밥을 주는 사장님의 넉넉함. 이것을 느끼고 싶다면 후배와 함께 찾아가길.

 


메뉴 하나로 승부한다! - ‘땅따먹기’

하나로 굵게 승부하는 걸까. 상대 뒤에 위치한 ‘땅따먹기’ 집 메뉴판에는 라면(2천원)과 섞어 철판(2천5백 원)만이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사장님 말씀은 “라면도 메뉴에서 뺄까 생각 중”이란다. 이 말인 즉슨 ‘섞어 철판’ 하나 만으로도 가게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유치원을 운영하던 사장님의 솜씨 발휘로 가게 내부는 아기자기 하다. 이런 분위기에 야채가 듬뿍 들어간 섞어 철판 덕분에 이곳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섞어 철판은 야채가 듬뿍 들어간 냄비에 밥과 계란을 넣어 비벼먹는 메뉴다.

이곳 사장님은 “학생들이 먹고 나서면서 ‘고추장에 뭔가 비법이 있다’고 한마디씩 하고 간다”면서 “정말로 이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 서울에 맛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배웠다”고 비법을 설명한다. 이집의 고추장에는 12가지 비밀스런 재료들이 들어간단다.

사장님은 “이번에 졸업한 학생들이 섞어 철판 못 먹게 돼서 어쩌냐고 찾아오기도 하고, 이젠 직장인이 되어 생각나서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다”며 맛은 보장할 수 있음을 자부한다.

몸매 걱정하는 이쁜 여자 후배들을 위한다면 야채 풍부한 이곳 ‘섞어 철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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