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신문에서는 지난 학기 미국 동부, 서부, 중앙아시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동문들을 찾아 인터뷰를 기획한 바 있다. 이번 학기에는 개교 55주년을 맞아 국내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귀감이 될만한 동문들을 찾아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 첫번째로 무역학과 70학번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도종환

오른손을 많이 쓰다가 왼손으로 쓰라고 하면 힘들다. 혁신도 마찬가지이다. 힘든 만큼 혁신을 하면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용섭 장관은 국세청장에 있을 당시 세풍사건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신과 권력기관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혁신을 주도했지만 소수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다수 동조세력의 침묵으로 혁신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
이에 이 장관은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청내 전산망에 띄워 직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에 직원들은 ‘얼마나 청장이 힘들면 저런 글을 띄웠겠느냐’는 분위기가 확산돼 격려의 글이 올라오고 혁신의 분위기를 이끌 수 있었다. 결국 이용섭 장관이 국세청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2년 동안 ‘정부업무종합평가 최우수기관’과 ‘혁신선도부처’로 선정되었고 담쟁이 청장이란 별칭이 붙게 된다.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금, 건설교통부 장관실 한켠에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가 자리 잡고 있다.


# 대학시절 - 힘들고 어려운 때

이용섭 장관이 쓴 ‘대한민국 희망에너지 혁신’에도 ‘담쟁이’처럼 시가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 장관은 “소 끼고 모심고 자연에서 어려움을 안고 살면 감성적으로 생각이 뛰어나게 된다”며 “부(富)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용섭 장관은 대학교 4학년 재학 중에 행정고시에 합격하지만 그의 대학교 시절은 밝지만은 않았다.

이 장관은 “캠퍼스를 떠올리면 낭만을 생각하는데 우리 시대는 대부분 힘들고 어려웠다”며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너무 고생이 많아 가족들을 위해 도움을 줬으면 하는 생각이 대학생활 동안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장관은 2학년 전반에는 주말이면 고향인 함평에 내려가 시골 일을 도왔다. 2학년 후반에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고시를 도전해 행정고시를 준비하는데 열정을 바쳐야 했다.

이 장관은 대학시절에 기억나는 활동으로 “1학년 시절 상대 서클인 대진회에서 2~3번 했던 미팅과 대학 대항전에 나와서 배구 선수로 뛴 것”이라며 대학생활을 “여유롭고 낭만적이지 못한 학창시절이었지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그 기반을 마련해 준 소중한 시기”라고 표현했다.


# 공직생활 - 세금은 내 삶의 일부

이 장관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30여 년 동안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주로 재정경제부에서 일하며 조세 분야를 맡았다. 조세분야는 조세정책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조세에서 이의가 있으면 판결을 내리는 국세심판원장이 있다. 세에는 내국세와 관세가 있는데 관세는 관세청장, 내국세는 국세청장이 관장한다. 이 모든 것을 거친 이가 이용섭 장관으로 이를 세금분야에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한다. 지방세 또한 행정자치부 장관을 하면서 관장했다고 하니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이용섭 장관은 “세금은 내 삶의 일부이고 관심과 열정을 쏟은 곳이다”고 말했다.


# 재무부의 천연기념물

그는 재정경제부에서 지방대 출신으로 희귀종, 천연기념물로 취급됐다. 재정경제부의 1급 차관보 이상 공무원 8명 중에 7명이 서울대이고 자기 자신만 서울대가 아니라 모두 서울대 출신이란 오명을 벗었다는 일화도 있다.


이 장관은 지방대를 나와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학연이 중시되는 현실에서 지방대 졸업생이 갖는 핸디캡은 매우 크다”며 “하지만 학력은 졸업하면 주어지며 불평해 봐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거친 파도가 훌륭한 뱃사공을 만드는 것처럼 지방대 출신이란 현실을 인정하고 더 인내하고 노력해 잘 극복하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어려움을 극복하면 장점이 많아진다”며 “꼭 좋은 대학을 나온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명문 대학은 선배가 후배를 상사로 모실 수도 있고 서로를 경계하며 학교에 가봐야 알아주지도 않는다”며 “내 경우는 경계 대상에서 제외되고 승진과 자리를 옮길 때마다 학교에서 관심을 가져주었다”고 말했다.


▲ 혁신은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 역사는 혁신한 사람에 의해 쓰인다

이용섭 장관은 국세청장을 한 뒤에 청와대 초대 혁신관리수석을 하며 정부의 혁신을 주도하고 혁신에 대한 강연도 많이 했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하고 있을 당시에는 혁신에 관한 에세이 ‘대한민국 희망에너지 혁신’이란 책도 썼다. 그래서 그를 혁신 리더라고 부른다.


그는 혁신에 관해 “혁신은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는 것”이며 “항상 자기가 갖고 있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혁신에 대한 운을 뗐다. 그는 “혁신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며 “하지만 가치 있고 보람 있는 것 중에는 쉬운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집, 학교, 직장에서 대체로 어렵고 힘든 일을 찾아 가는 습관이 있다. 이 장관은 “혁신이 뭔지도 모를 때부터 TV를 보며 그저 즐겁다고 생각하면 뒤로 쳐지는 것 같아 싫은 것을 찾아서 했다”며 “직장에서도 어렵고 힘든 일을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만큼 기회가 자주 온다”고 했다. 그는 “이 습관이 혁신을 이룬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인류 역사는 혁신한 사람에 의해 쓰인다”며 “세상은 꿈꾸는 사람의 것인데 꿈꾼다 해서 실행되는 것은 아니고 꿈을 이루려면 혁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 사회는 정보화 사회로 학력보다는 경력과 능력이 중요한 사회로 가고 있다”며 “예전에는 학력이 중요해 운동선수도 대학에 나왔으나 사람들이 운동선수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타율과 홈런이지 학력을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서울이냐 지방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혁신한 자가 미래의 성공을 좌우한다”며 “오늘, 현실의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니고 혁신을 하면 5~10년은 앞서갈 수 있다”라고 했다.

# 전남대하면 떠오르는 것?

이 장관은 현재 지방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지방대로서 역할을 역설했다. 이 장관은 “현재 혁신도시건설과 공기업 이전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방화 시대가 오고 있지만 지방에 유능한 인재가 부족하다”며 “산학연연계시스템 등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배출해 지방대가 지방화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대로서 혁신하는 방법으로 “서울의 종합대학에서 유능한 인재를 배출하는 노하우가 있는데 이들과 동일한 전력으로 경쟁하면 이길 수 없다”며 “전대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함평하면 나비가 떠오르듯이 전남대하면 떠오르는 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말

이 장관은 요즘에 많은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장관은 “요즘에는 안정성이 중요해 신분 보장이 잘 되는 공무원을 택하려 하지만 모든 이가 택하면 문제가 된다”며 “공무원에 선호하는 이가 없어도 문제이지만 과학, 정보통신, 기술 등 새 제품을 개발하는 곳에 유능한 인재가 모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으로 외국어와 정보화 능력을 꼽았다. 이 장관은 “어느 곳을 나오든 외국어가 필요하며 요즘에는 지식정보화시대로 새 지식을 흡수해야 한다”며 “인터넷에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대부분 영어이므로 영어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 없는 지식이 나오나 쓸데없는 지식이 많다”며 “정보에 대한 정제 능력이 중요하며 좋은 정보를 필요할 때 뽑아 쓰도록 하는 정보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약력
1951년 전라남도 함평 출생
1974년 전남대 무역학과 졸업
1989년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 석사
1999년 성균관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재정경제원 조세정책과장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장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제20대 관세청장
제14대 국세청장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수석비서관
제8대 행정자치부장관
제14대 건설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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