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you speak Korean?”

 
군 전역을 하고 대학원에 갓 입학했을 무렵이었다. 한 교수님이 내게 다가와 건넨 첫 마디였다. 좌, 우를 둘러보니 ‘분명 나뿐인데......’ 이럴 때는 모른 척하는 것이 상책이다 싶어 시치미를 뚝 떼고 창문 너머 등나무가 파랗게 우거진 인문대 벤치를 내려다 본 척 했다.


앗, 등 뒤에서 다가오는 포스란? 싱글싱글 웃으면서 교수님은 다시 한번 물어보셨다.
“May I help you?”


제대 말년 여름을 새까맣게 태워 보낸 내가 한적한 교수연구동에서 얼쩡얼쩡 거리는 꼴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동남아 유학생으로 보였던 것이다. 외국어 공부에 열심인(여전히 언어교육원 수업을 꾸준히 듣고 계신다.) 교수님으로서는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너무도 온화한 미소와 함께 건네는 말씀에 내 얼굴은 새빨갛게 변한 지 오래였다. 당황한 나머지 “괴엔..찮습...니다.”라고 말까지 얼버무렸다. 뒤돌아보지 않고 긴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 내려왔다.

 
교수님은 연신 “O.K, Don't worry. Come on.”이라 말씀하셨지만, 어찌 내가 내 입으로 ‘저는 토종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 4년 전 일이니 외국인 학생이 많지 않은 시절이었고, 색 다르게(?) 보였으니 그럴 법도 하다 싶어 낄낄대며 웃는다.

우리 대학에도 학부, 대학원생 외국인의 수가 470여 명이고, 원어민 강사도 30명이니, 쉽게 외국인을 캠퍼스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말을 익히고, 학문을 하기 위해 유학을 온 외국인 학생의 수가 무려 3만 2천여 명에 달하고 앞으로 5만 명까지 유치하려고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기 직전이니, 캠퍼스에서 거리에서 쉽게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벽안의 친구들이 성공하여 고국으로 돌아가면, 국적은 다르지만 학적은 “전남대학교”인 동문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토종(?) 학생들이 이들과의 만남에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우리나라 친구들 만났을 때와 똑 같이 외국인 학생을 마주쳤을 때라도, 자연스럽게, 친절하게 웃으며 한마디 하자. “안녕!” “Can you speak Korean?”보다 덜 당황스럽고, 정감 있어서 좋지 않은가?


또, 마침 우리대학 대외협력과와 언어교육원에서는 각각 “한국어 도우미”를 모집하고 있다. 영어나 외국어 잘 하지 않아도 국제적 감각을 기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게다가 언어교육원에서는 활동을 열심히 한 친구들에게는 외국어 강좌를 공짜로 수강하게 해준다고 하니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외국어 사용 능력도 키울 수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다.

해외에 가서 쌓는 경험도 도움이 되겠지만, 안방에서 미리 혹은 다시 세계를 이끄는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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